
홈플러스 기업회생 사태로 MBK파트너스 등 사모펀드의 ‘쥐어짜기’식 프랜차이즈 경영 방식이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단기수익에 치중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사모펀드 특성상 점주와의 상생보다는 납품가 인상, 무리한 출점 등으로 본사의 이익만 추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가맹점주의 협상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BHC 점주 A씨는 16일 통화에서 “MBK가 인수 후 매달 2회 이상 휴무시 사유서를 제출해야 하는 등 영업시간에 대한 규제가 크게 늘었다”며 “본사에서 사야 하는 필수 품목에 붙는 수수료인 차액가맹금이 18%나 되는 곳은 어떤 프랜차이즈에서도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MBK파트너스는 2020년 국내 치킨업체인 BHC의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BHC의 차액가맹금(본사가 필수품목에 붙이는 추가 마진)은 18% 수준으로 주요 프랜차이즈 대비해서도 유독 높다.
자신을 BHC 점주라고 소개한 B씨도 최근 자영업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 “BHC의 영업이익률은 25%로 대기업 평균의 3~4배에 달한다. 이는 가맹점주 희생 없이는 불가능”이라며 “가맹점이 인건비, 재료비, 임대료 고통을 호소하는 사이 본사는 수익을 챙기는 이 구조가 누구를 위한 것이냐”는 글을 올렸다.
식음료 프랜차이즈 사업은 안정적 수익을 창출될 수 있고, 향후 브랜드 가치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사모펀드가 주요 투자대상으로 삼아왔다. 사모펀드 입장에선 식음료 프랜차이즈의 경우 가맹점으로부터 가격 인상·필수 구매 품목 확대 등으로 단기간에 수익을 극대화하고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린 뒤 재매각하기에도 쉬운 업종 중 하나다.
문제는 가맹점주들에게 협상권이 없다는 점에서 점주와 본사 갈등이 커질 수 있다는 데 있다. 실제로 BHC 이외에도 버거킹, 투썸플레이스, 맘스터치, 메가커피 등 최근 몇년간 점주와 본사간 갈등이 불거진 프랜차이즈 상당수는 사모펀드가 최대 주주이다.
버거킹의 경우 미국에서는 로열티 및 광고비를 8.5% 받지만 국내에서는 10.5%를 받는다. 물류마진(3.64%)도 추가로 가져 간다. 이에 버거킹 점주들은 최근 본사를 상대로 차액가맹금 반환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소송에는 전체 가맹점의 절반이상인 70여명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버거킹 점주 C씨는 “점주들에게 어떤 사전 협의도 없이 매년 차액가맹금이 올라가는 상황을 견딜 수 없다”면서 “사모펀드는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가맹점주들의 마진을 뺏어가는 방식으로 경영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투썸플레이스도 비슷하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에 따르면, 공급가격 인상 등으로 투썸플레이스 가맹점주의 연평균 매출액은 2018년 5억3437만원에서 2021년 5억605만원으로 뒷걸음질쳤다. 같은 기간 가맹본사의 매출액은 2687억원에서 4117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차액가맹금도 2019년 3.6%에서 2021년 7.65%로 2배 이상 증가했다. 투썸플레이스는 CJ에서 운영하다 2019년 사모펀드 앵커에쿼티가 최대주주가 된 뒤, 2021년 또다른 사모펀드인 칼라일 그룹으로 넘어갔다.

사모펀드가 주인인 본사와 점주간 갈등이 반복되자 정부 당국도 칼을 든 적이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3월 가맹점주와 갈등을 빚은 메가커피, BHC 등을 상대로 현장조사에 나선 바 있다. 2023년에는 가맹점주가 납품 품질에 문제를 제기하자 계약을 해지한 BHC에 과징금 3억5000만원을 부과하기도 했다.
현장에선 가맹점주들에게 협상권을 부여하는 등 근본적인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종열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자문위원장은 “현재 점주간 갈등을 빚는 프랜차이즈의 70%는 사모펀드 소유일 것”이라며 “점주들에게 협상권을 부여해 본사가 대화 테이블로 나오게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