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 포장 주문에도 수수료 부과..."김범석 대표 상생 약속 어디갔나" 힐난

2025-03-17

【 청년일보 】 "음식 포장을 받으러 고객이 직접 매장을 방문하는데, 별도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네요."

서울시 용산구에서 한 치킨 프랜차이즈 매장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A씨는 이렇게 말했다.

배달·포장주문을 위해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을 자주 사용한다는 30대 소비자 B도 "배달앱의 횡포가 도를 넘는 것 같다"며 "이제는 어떻게 더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지 궁금할 지경"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국내 배달 플랫폼업계 1위 애플리케이션(앱)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음식 포장 서비스 유료화를 선언했다.

명목은 기존의 '포장' 서비스를 '픽업' 서비스로 리브랜딩 한다는 내용이었지만, 리브랜딩의 핵심은 바로 '서비스 유료화'에 있었다.

다음달 14일부터 적용되는 픽업 서비스에는 중개 이용료 6.8%가 적용된다. 여기에 결제대행사(PG사) 수수료를 합산하면 자영업자는 한 건의 픽업 서비스에 대해 9.8%의 수수료를 배민 측에 지불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가격이 2만원인 치킨을 픽업한다면 1천960원에 달하는 수수료를 배민에 내야 하는 것이다.

기존 배달은 물론 픽업까지 중개 수수료를 지불해야 할 처지에 놓인 자영업자들은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서울시 강남구에서 족발집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족발의 경우 포장 주문 비중이 높은데, 이제는 여기에 수수료까지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막막하다"라면서 "도대체 어느 지점까지 수수료라는 명목으로 수입을 '갈취'할 생각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라고 토로했다.

인근 지역에서 한식집을 운영하는 또 다른 자영업자도 "고물가로 최근에는 손님까지 줄어 수입 자체도 크게 감소했는데, 이제는 포장 수수료도 지불하라고 하니,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하다"라며 "손님들에게 매장에 직접 전화해 포장 주문을 해달라고 적극적으로 부탁해할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픽업 중개 수수료 부과 결정은 배민이 작년 배달앱 상생협의체에서 합의한 '차등 수수료안'의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배민은 작년 11월 14일 매출 하위 20% 매장부터 상위 35% 매장까지 최소 2.0%에서 7.8%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차등 수수료안을 지난달 26일부터 적용하기 시작했다.

차등 수수료안을 적용한지 한달이 체 되지 않아 픽업 중개 수수료를 새롭게 부과하기 시작한 것이다. 더구나, 픽업 중개 수수료는 작년 배달앱 상생협의체에서 합의한 차등 수수료안이 아닌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수수료라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더욱 크다.

한 주요 경제단체 관계자는 "작년 상생협의체에서 상생의 첫 발을 땐지 얼마 지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기습적으로 이와 같은 정책을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은 사회 정서상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분명히 있다"라며 "안 그래도 배민의 경우 최근 소비자와 자영업자로부터 브랜드 이미지가 크게 악화된 상황인데, 이를 개선하는 방안을 내놓기는커녕, 추가 수익모델을 제시하는 게 과연 타당한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배민이 픽업 유료화를 본격적으로 개시할 경우 경쟁사인 쿠팡이츠 역시 이와 유사한 중개 수수료를 부과할 것이라는 점도 걱정하고 있다.

그간 쿠팡이츠의 경우 시장 상황을 관망하며 배민이 제시하는 중개 수수료 정책을 한발 늦게 따라가는 모습을 보였던 만큼, 이번 픽업 중개 수수료 역시 유사한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게 이들의 우려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의 한 관계자는 "문제는 배민이 이와 같은 정책을 시작할 경우 쿠팡이츠도 유사한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는 점"이라면서 "표면적으로는 차등 수수료를 통해 자영업자 부담을 줄인다고 말하지만, 실상은 픽업 중개 수수료와 같이 우회적인 방식으로 부담을 더욱 가중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자신이 운영하는 점포의 매출 내역을 공개하며 "전체 매출을 기준으로 배민과 쿠팡이츠의 포장 주문이 약 10% 가량을 차지하는데, 이에 대한 수수료를 계산하게 되면 1년 기준으로 꽤나 큰 금액을 부담해야 한다"며 "이러한 부담을 감내하며 배달 플랫폼을 이용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지난 1월 2일 취임한 김범석 우아한형제들 대표의 당초 약속과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 대표는 1월 8일 서울시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전사 발표(타운홀 미팅)에서 "자영업자, 라이더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실천해 나갈 것"이라며 "올해도 자영업자에게는 매출을 성장시키고 효율적으로 가게 운영을 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라이더 분들에게는 안전한 배달을 돕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실제 배민을 이용하는 자영업자에게 상생안의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그러나, 김 대표의 이러한 약속에도 불구하고, 픽업 중개 수수료 정책 시행이 발표되자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응어리 섞인 분노가 터져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자영업자 단체의 한 관계자는 "신임 대표가 취임하며 자영업자와의 상생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며 배민이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기대를 했지만, 결과는 '역시나'였다"며 "수수료를 가지고 자영업자를 기만하는 행태도 이제는 지긋지긋하다"고 힐난했다.

배민 측은 이번 픽업 중개 수수료가 작년 5월부터 예고된 사안이라며, 본래 해당 서비스는 '유료'가 원칙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포장 수수료는 원래 무료 서비스로 제공되던 것이 아니라, 과금을 유예해 온 서비스이며 지난해 이미 과금 정상화에 대해 공지한 바 있다"며 "새로운 대표가 취임한 부분과는 별개로 이전부터 진행되어온 사업 결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한 수수료의 경우, 배민이 중개와 CS만 담당하는 '가게배달'과 동일한 6.8%의 수수료를 적용한다"며 "이는 포장 역시 앱 내 서비스 운영 방식, 중개와 CS가 동일하게 제공된다는 측면에서 가게배달과 유사한 수준의 리소스가 투입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당사는 업주분들이 궁극적으로 배달비 부담이 없는 포장 서비스 활성화로 더 나은 수익을 창출하실 수 있도록 300억원의 마케팅 프로모션 투자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학계에서는 배민이 픽업 중개 수수료 부과방안을 내놓는 과정에서 충분한 숙의 과정이 있었는지에 대해 의문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이와 함께 자영업자 등 이해관계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거래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철 숙명여자대학교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배민은 지속적으로 픽업 유료화를 시도했지만, 그때마다 번번히 자영업자와 소비자의 반발에 부딪혀 철회하거나 유보했던 사례가 많다"며 "이처럼 반발이 많은 정책을 다시 시행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 이해관계자들에게 상세히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또한 이번 픽업 중개 수수료 정책이 내부에서 충분한 숙의 과정을 거쳤는지도 의문"이라며 "자영업자는 물론 소비자들에게 배달앱은 어느새 생활과 가장 밀접하고 중요한 요소가 된 만큼, 추가적은 수수료를 부과할 때는 이들이 납득할 수 있는 명시적이고, 합리적이며 논리적인 설명이 동반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최 교수는 "과거에도 자영업자들이 이와 유사한 문제로 배민 가입 탈퇴 운동을 벌이는 등 혼란스러운 사건이 많았던 점을 감안하면, 이와 같은 일방적인 발표 방식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시장 상황에 개입하는 것이 항상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배달앱 시장에는 워낙 많은 이해관계자가 얽혀 있는 만큼, 문제가 되는 사안은 적극적으로 개입해 중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모든 이해관계자가 수용할 수 있는 거래 구조를 만드는 게 핵심"이라고 제언했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