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소할 필요 없이 완벽하게 관리된다”며 의류건조기 과장 광고를 한 LG전자가 소비자들에게 1인당 20만원씩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1심에 이어 항소심 법원에서도 나왔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19-1부(재판장 황승태)는 LG전자 소비자 322명이 LG전자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1심과 같이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LG전자는 2016년 4월 의류건조기 ‘트롬’을 출시한 후 2017년 1월부터 2019년 7월까지 “알아서 완벽관리” “청소할 필요 없는 콘덴서 자동세척 시스템” 등 문구로 광고했다. 콘덴서는 의류를 건조할 때 발생하는 습한 공기를 물로 바꿔주는 부품으로, 이 과정에서 먼지가 잘 발생해 주기적으로 청소해야 한다. 소비자들은 실제 제품 사용 결과 콘덴서에 먼지가 쌓이고 곰팡이와 악취가 발생한다며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신고하고, 법원에 1인당 1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2021년 5월 공정위는 LG전자에 거짓·과장 광고 혐의로 과징금 3억9000만원을 납부하라고 명령했다.
1심은 LG전자가 소비자 193명에게 1인당 20만원씩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소비자들의 신뢰는 제조사의 대대적인 광고에 의해 창출된 것”이라며 “의류건조기는 의류의 잔존 수분·먼지 제거, 살균 등이 중요한 기능으로 인식되고, 의류건조기 자체의 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세척의 편의성 등 부가적 기능 역시 의류건조기의 구매 여부를 결정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고들은 이 사건 광고를 통해 형성하게 된 신뢰와 기대를 침해당해 정신적 고통을 받게 됐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산상 손해를 입었다는 원고 측 주장에 대해선 “(콘덴서의 기능상 흠결로) 건조기의 주된 기능이 제한되지는 않았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소비자들과 LG전자 모두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재판부는 1심 판단을 유지했다. 항소심에서는 의류건조기를 구매한 사실이 인정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채권을 양도받은 원고들에 대해서도 양수금이 인정돼 총 221명에게 각 20만원 상당의 배상금이 인정됐다. 이 중 196명은 LG전자가 상고하지 않아 배상금이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