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생산시설 해외이전
기업 신규채용 급격히 줄어
취업자수 증가 6년만에 최저
공공기관 채용도 크게 감소
“그냥 쉰다” 청년 42만명 넘어
코로나 시기 이어 역대 2번째
베이비부머 퇴직자 쏟아져
저임금 재취업에 15개월 걸려
![](https://wimg.mk.co.kr/news/cms/202502/11/news-p.v1.20250210.93e445467eae4184b721fc27c656f0bf_P1.jpg)
민간과 공공을 가리지 않은 역대급 고용한파가 불어닥치면서 취업 전선에서 갖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청년들은 △노동시장 진입이 늦어지고 △구직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은퇴한 고령자들은 △재고용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급여가 낮아 생활고를 겪는 경우가 적지 않다.
10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300인 이상 대형 사업체의 월평균 취업자는 314만6000명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5만8000명 늘어났는데 2018년 5만명 이후 6년 만에 가장 작은 증가폭이다. 300인 이상 사업체의 취업자 증가폭은 3년째 가파르게 감소하고 있다.
특히 제조업 분야에서 고용 한파가 거세게 불었다. 장기화된 경기침체로 제조업 생산시설이 해외로 떠나면서 일자리 창출 기반이 허물어진 것이다.
공공기관 신규 채용도 크게 줄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339개 공공기관이 채용한 일반정규직(이하 무기계약직·임원 제외)은 1만9920명이었다. 신규 일반정규직 채용은 2019년 4만116명에서 2020년 2만9480명으로 떨어진 뒤 지속 감소해 작년에 2만명 선이 붕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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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층 선호 일자리가 크게 줄고, 구직기간이 장기화하자 아예 구직을 단념한 ‘쉬었음’ 청년이 늘어나고 있다. 경제활동인구 조사에서 “그냥 쉰다”고 답한 청년은 1년 전보다 2만1000명 늘어나 지난해 42만1000명을 기록했다. 42만명이 넘는 청년이 구직시장을 이탈한 것이다. 관련 통계를 시작한 2003년 이후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2020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청년들의 노동시장 진입이 늦어지는 것도 큰 고충이다. 지난해 졸업 후 첫 취업까지 걸리는 기간이 평균 11.5개월로 집계돼 2023년보다 1.1개월 늘어났다. 어렵게 취업하고 나서도 금방 퇴사한다. ‘쉬었음’ 청년의 73.6%가 직장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청년들의 눈높이와 임금 또는 근무 환경이 맞지 않는다는 ‘미스 매치’ 진단을 내놓고 있다.
1000만명 베이비부머가 은퇴 후 재취업 시장에 뛰어들면서 고령자 고용시장의 경쟁은 전쟁터 수준으로 치열해졌다. 올해부터 954만명에 달하는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생)가 은퇴 연령대에 들어섰다. 100세 시대가 도래했지만 평균 퇴직 연령은 52세에 머물면서 재취업이 절실한 상황이다.
고용부는 지난해 각종 통계를 통해 중장년이 퇴직 후 재취업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우선 퇴직 후 재취업까지 긴 시간이 걸린다. 한국노동패널 자료에 따르면 45세 이후 퇴직을 경험한 근로자는 재취업까지 평균 15.6개월 소요된다. 청년들의 노동시장 진입시간보다 오래 걸리는 셈이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중고령자 가운데 10년 이상 근속자가 재취업을 하면 이전 직장 대비 임금 수준은 약 7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근로자의 월평균 급여는 나이가 많을수록 급격하게 감소한다. 60대는 40%가량이 월 200만원 이하, 70대는 55%가 100만원 미만, 80세 이상은 86.2%가 100만원 미만의 급여를 받는다. 재취업 후 고용 불안도 극심하다. 중고령자의 1년 미만 근속 비율은 34.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8.6%에 비해 매우 높은 편이다.
고용부는 일자리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상반기에 올해 예산의 70%를 조기 집행하기로 했다.
권기욱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법정 정년 연장 논의가 있는 만큼 민간에서는 고용 경직성을 감안해 지금 사람을 뽑기가 어렵다. 공공의 경우 문재인 정부 당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으로 대거 뽑으면서 채용 문이 좁아졌다”며 채용시장 전망을 부정적으로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