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부리토처럼 싸서”... 美 이민단속국, 추방 외국인 '전신 구속복' 논란

2025-10-15

미국에서 불법 거주하던 아프리카 국민들이 전신 구속복에 묶인 채 가나로 강제 추방됐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14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나이지리아 출신 남성 A씨는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의해 가나로 강제 추방됐던 경험이 '납치'된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연방 소송에 연루된 남성 A씨는 지난달 자신의 국가가 아닌 가나로 추방됐다. 그는 AP에 “ICE 직원들이 수감자들을 한밤중 깨워 손과 발에 족쇄를 채우고 가나로 보내겠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 중 누구도 가나 출신이 없었다”고 했다.

A씨는 변호사와 통화하고 싶다고 요청했지만 경찰이 거부했다고 한다. 이후 족쇄를 찬 남성들에게 전신 구속복인 '랩'(WRAP)을 입혀 16시간 동안 서아프리카로 가는 비행기에 태웠다고 주장했다. 수감자들은 전신 구속복을 '부리토' 또는 '그 가방'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A씨는 가나 수용소로 옮겨진 경험에 대해 “납치된 것 같았다”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보복 우려로 인해 익명으로 AP 인터뷰에 응한다고 덧붙였다.

랩은 미국 제조업체 세이프 리스트레인츠가 생산하는 안전 구속 시스템으로, 침을 뱉지 못하게 얼굴에 씌우는 마스크, 수갑과 세트로 상체를 구속하는 하네스, 다리를 움직이지 못하게 3단 버클이 있는 하체 구속복, 발목 족쇄 등으로 구성돼 있다.

미국 정부는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5년 말부터 구매하기 '랩'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구속복 구매가 크게 늘어, 두 차례 정권 동안 해당 물품의 91%를 사들였다고 한다. 다만 ICE는 랩 사용 기록을 공개하지 않아 자세한 사용 횟수는 확인할 수 없다.

AP는 ICE가 제조업체 권고보다 더 낮은 수준에서도 랩을 남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조업체는 경찰을 공격하거나 자해하는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라고 설명했다.

A씨 외에도 여러 추방된 외국인들이 추방 과정에서 구속복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말 멕시코 국경으로 보내진 엘살바도르 출신의 후안 안토니오 피네다도 구속복을 입은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당시 합법적으로 미국에 체류하고 있던 피네다는 체류 기간을 1년 연장하기 위해 아내와 함께 면담을 갔다가 ICE에 의해 구금됐다고 했다.

피네다는 “ICE가 날 구금하더니 멕시코로 추방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하지만 그들이 제시한 서류에는 내 이름이 아닌, 다른 사람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고 말했다.

이후 애리조나주 구금 시설로 호송된 피네다는 9월 24일 이른 아침, 경찰들이 자신의 손과 다리를 묶고 '가방'에 넣어 국경까지 4시간가량 차를 몰고 이동했다고 회상했다. 이후 추방 서류에 서명하라고 압박해 이를 거부하자 경찰이 자신의 오른팔을 부러뜨리고 눈에 멍이 들게 하고는 다시 '가방'에 넣어 4시간 동안 이동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그가 ICE 직원들 또는 경찰들에게 폭행당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피네다는 팔에 깁스를 하고 얼굴에 멍이 든 모습을 촬영한 사진을 AP에 제시했다고 한다.

ICE의 전신 구속복 사용과 관련해 소송을 제기한 텍사스주 A&M 대학교의 파트마 마루프 법학 교수는 “랩은 다른 방법들을 시도해 본 후에 취하는 최후의 구속 수단이어야 한다. 이 장치에 묶이는 것 만으로도 상당한 심리적 피해를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랩 제조업체인 세이프 리스트레인츠의 찰스 해먼드 최고경영자(CEO)는 “ICE를 위해 장치의 개량 버전을 만들었으며, 비행기와 장거리 버스 여행 중에도 사용이 가능한 수준”이라고 해명했지만 일부가 주장한 것처럼 구두로만 항의한 경우에도 구속복을 사용한 것이 사실이라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ICE 직원들이 적절한 구속 장치 사용 교육을 받지 못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경찰이나 교도관들이 구속복을 입은 죄수를 폭행하거나 최루가스를 맞은 용의자에게 마스크를 씌워 사망에 이르게 한 사례가 있다. 모두 부적절한 구속복 사용으로 인한 사망 사건으로 결론 내려졌다.

다만 미국 네티즌들은 ICE의 구속복 사용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다수는 “그들이 불법적인 일을 했기 때문에 구속복을 입은 것” “경찰에게 해를 가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 “미국에 불법적으로 들어오지 않으면 해결될 일” “피해자처럼 굴지 마라” 같은 반응을 보였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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