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 참여↑...아이들도
2걸음 마다 경찰 배치
경찰 병력 규모 '비공개'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김건희를 특검하라. 파도 시작!"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파란 물결이 들썩였다. 2일 토요일 오후 2시, 서울역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김건희 국정 농단 특검 범국민대회'가 열렸다. 확성기에서 "하야하라"는 발언이 나오자 군중들 사이에서 박수와 함성이 터졌다.
행사 예정 시간 30분 전, 집회 집결지인 서울역 4번와 건너편 출입구인 3번이 연이어 봉쇄됐다. 서울역 승강장에는 파란색 후드티·원피스·등산복·티셔츠 등 파란 차림의 시민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중장년층이 많았다.
승강장을 나오자 서울역에서 숭례문까지 약 320m에 이르는 좌측 도로(서울역 방향 4번 출구)에는 파란 옷을 입은 이들로 가득했다. 5살 남짓한 딸 아이를 데리고 나온 30대 여성은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검은 단발머리에 파란 스카프를 두르고 나온 50대 박 모 씨는 김건희 특검을 주장하기 위해 나왔다고 했다. 그는 "김건희는 과거 최순실과도 겹치는 부분이 있는데, 몇 배 더 강력한 것 같다"며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당연히 와야 하는 것 같다"고 답했다.
파란 귀걸이를 착용하고 청치마를 입은 60대 여성은 "전주에서 왔는데, 일부러 (색을) 맞춰 입었다"며 "국민을 우습게 안다. 진보와 보수를 떠나 이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우측 차로(3번 출구)에 지하철에서 쏟아져 나온 시민들이 인도와 보도 블록 위에 앉기 시작했다. 집회 참여자 일부는 돗자리에 앉아 김밥을 먹으며 "하야하라"는 외침에 연신 박수를 쳤다.
노부부가 함께 나오기도 했다. 주부 김 모 씨는 "걱정돼서 집에 있을 수 없어서 한 번씩 나온다"며 "김건희는 최순실보다 심하다. 오늘 생각보다 사람이 많아 깜짝 놀랐다"고 말하며 보따리에서 간식과 물을 꺼냈다.
이날 빨간 모자를 쓰고 한 손에는 태극기를 들고 나온 이정일(77·남) 씨는 "사실 윤석열 대통령한테 투표했는데, 살기 더 팍팍해졌다"며 "아현 시장에서 장사를 하고 있다. (윤 정권 이후) 장사가 더 안 돼서 다들 가게를 내놓고 있는 상황인데, 아무도 고민하는 사람이 없다"고 호소했다.
서울역을 찾은 집회 참가자들은 방황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국정 농단 진상 규명', '김건희를 특검하라' 등의 팻말을 손에 들고 거리를 헤맸다. 무리에 있던 한 60대 여성은 "경찰이 사방을 막아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탄핵이 평화다 탄핵이 민주다', '국정 농단 비리 백화점, 김건희 구속 윤석열 탄핵' 등이 적힌 현수막만 휘날렸다.
경찰 병력 30여 명이 서울역 인근 횡단보도에 몰려 있었다. 서울역에서 숭례문으로 갈수록 경찰이 많아졌다. 파란 셔츠에 검은색과 형광색 조끼를 입은 경찰이 2~5걸음 간격으로 자리했다.
인파 속 경찰과 시민 사이 실랑이도 종종 벌어졌다. 한 50대 남성은 "왜 길을 못 건너게 하냐"며 경찰에게 팔을 휘두르며 "고소해라"고 소리쳤다. 한 유튜버는 경찰이 양방향 통행을 유도하자 욕설을 퍼부었다. 횡단보도에 선 경찰들이 호루라기를 불며 야광봉을 흔들었지만 일부 참가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길을 건넜다. 당시 차는 다니지 않았지만 건너편에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경찰은 횡단보도 앞에 검은 바리케이드를 쳤다.
주최 측 추산 오후 3시 50분 기준으로 10만 명이 서울역 일대에 모였다. 경찰 측은 이날 투입 병력을 공개하지 않았다.
aaa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