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치 산업인 대형마트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가려면 결국 비용을 줄이고 수익을 높여야 합니다. 생산성·수익성을 높이고 이를 가격 경쟁력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축이 디지털 전환(DT)의 핵심입니다.”
강병주 이마트 정보기술(IT) 담당은 인터뷰 내내 '가격'이라는 키워드를 강조했다. 로봇·AI를 내세우는 일반적인 DT 책임자 언어와는 사뭇 달랐다. 그가 제시한 DT 방향성은 체질 개선이다. '할인점'이라는 업의 본질에 집중해 생산성을 높이고 지속 성장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목표다. 수단이 목적을 넘어서는 안된다는 그만의 철학이 느껴지는 지점이다.
강 담당은 지난 2000년 그룹 공채로 입사한 정통 '신세계맨'이다. 지난 2015년 모바일 팀장을 시작으로 시스템기획팀장, 전사적자원관리(ERP) 담당을 거쳐 지난해 IT담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가 이끄는 7개 팀, 80여 명의 IT 조직은 이마트 내 IT 업무 전반의 기획·운영·관리를 책임진다.
강 담당은 “디지털 기술 성숙도가 올라가면서 회사가 원하는 지점과 고객이 원하는 지점이 맞아 떨어지는 접점을 찾게 됐다”며 “현 시점 대형마트는 DT를 통해 할 수 있는 것이 가장 많은 채널”이라고 강조했다.
이마트의 DT는 지난 2023년 차세대 ERP 도입과 함께 가속이 붙고 있다. 누적된 데이터를 표준화해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하고 활용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편의성이 높아지면서 현업 직원들의 데이터 활용 빈도가 높아졌고 전사적인 DT로 이어지고 있다.
그는 “데이터를 잘 정리할수록 AI가 학습을 할 수 있고 그래야 유효하고 디테일 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며 “현업이 중심을 잡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줄 때 DT의 방향성도 뚜렷해진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이마트는 지난해 AI를 활용한 '신선 마크다운'을 선보였다. 신선식품 할인율을 AI가 실시간으로 계산해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재고·시간에 따라 변동되는 할인율을 AI가 최적값으로 설정한다. 일부 점포의 수산·델리 코너에 도입한 결과 매출은 늘고 폐기는 줄었다.
강 담당은 “AI 도입을 통해 점포·근무자 간 편차를 줄이고 업무 편의성은 높였다”며 “늘어난 수익, 줄어든 비용은 결국 가격 경쟁력을 위한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데이터를 활용한 수익 모델을 구축했다. 이마트 내 판매 데이터를 세분화한 후 협력사에게 필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데이터 사업이다. 현재 대형 협력사를 중심으로 30개사가 필요한 이마트 판매 데이터를 구독하고 있다. 할인점·창고형매장·슈퍼마켓·전문점(노브랜드)을 모두 갖춘 이마트 만이 할 수 있는 리테일 미디어 사업이다.
강 담당은 “협력사 규모에 맞춰 다양한 모델로 데이터 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으로, 향후 마트 주변 상권 업체에도 리테일 미디어 사업을 확대할 수 있다”면서 “일 평균 50만명, 주말 최대 200만명이 방문하는 이마트의 데이터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했다.
올해 목표는 데이터 플랫폼 통합이다. 그간 이마트가 구축한 여러 데이터 플랫폼을 하나로 연동시켜 데이터를 항목마다 정의하고 활용도를 높이기 위함이다. 내년 하반기에는 데이터 분석 역량을 키워 현업에 필요한 경영 지표를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알람 기능까지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강 담당은 “생성형 AI 내에 이마트 테넌트를 구축해 내부에서 보안 문제 없이 자유롭게 AI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할 것”이라며 “ERP와 AI를 결합해 업무 생산성을 향상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