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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날씨에 한달음에 달려오신 동지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이번에는 반드시 세종호텔의 오랜 투쟁을, 복직하는 것으로 마무리 짓겠습니다.”
고진수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관광레저산업노조 세종호텔 지부장이 17일 오후 연대를 위해 찾은 시민사회단체와 시민들을 향해 확성기를 들고 외쳤다. 고 지부장은 지난 13일 오전 5시부터 서울 중구 명동역 1번 출구 앞 도로 위에 설치된 10여m 높이 지하차도 진입 차단시설 위에서 농성하고 있다.
이날 오후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전환 비상행동 등 시민단체는 명동역 1번 출구 앞에서 세종호텔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고 고 지부장의 고공농성을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윤 대통령의 퇴진과 함께 고 지부장과 같은 부당해고 노동자들의 복직으로 사회의 노동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향미 비상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정리해고 철회와 노동악법의 철폐 없이 사회 대개혁은 실현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수 비상행동 상임대표는 “윤석열의 내란에 맞서 싸우는 우리는 모두 평등하고 안전한 삶을 위해서 함께 투쟁하고 있다”며 “나의 일자리를 함부로 빼앗을 수 있는 사회는 고진수 동지의 권리도 함께 빼앗았다. 노동자의 일상을 계엄 사태와 다름없게 몰아세웠던 이들도 함께 끝장내야 한다”고 말했다.
임용현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활동가는 “지난해 12월3일 이후 많은 시민이 두려움을 용기로 바꿔나가는 연습을 하루하루 광장에서 해내 가고 있다”며 “이제 그런 마음들이 광장에서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있는 곳으로 하나둘 모이고 있는 듯하다. 지난 주말 윤석열 퇴진 집회에 참석한 많은 시민이 이곳까지 행진했다는데, 그분들도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수현 서울지역대학인권연합동아리 사무처장은 “기업이 힘들고 어려울 때는 고통 분담이라는 거짓말로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떠넘기고, 성장할 때는 불안정 일자리를 늘리는 우리 사회에서 우리에겐 불안정한 삶이 기다리고 있음을 알고 있다”며 “어떤 노동을 해도 안정적인 미래를 그리는 것이 불가능한 사회를 바꾸고 싶어 우리는 연대한다”고 말했다.
세종호텔은 2021년 8월 코로나19 유행으로 경영이 악화했다며 희망퇴직 등을 실시했다. 32명이 희망퇴직했고 퇴직을 거부한 12명은 정리해고됐다. 노조원들은 세종대학교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대양학원의 주명건 전 이사장이 2009년 세종호텔 회장으로 복귀한 후 조합원 탈퇴를 종용하는 등 노조 탄압이 거세졌다고 했다.
해고노동자들은 지난 3년간 세종호텔 앞에 농성장을 차리고 복직을 요구해왔다. 지난해 12월 대법원은 이들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의 2심 패소 판결을 심리불속행으로 확정했다. 정리해고에 문제가 없다는 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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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 활동가와 시민들은 고개를 들어 고 지부장에게 “시민의 연대로 하늘에서 땅으로” 손팻말을 흔들며 인사하며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세종호텔 고공농성 공동대책위원회는 “세종호텔은 대법원판결과 고공농성과 관련해 별도의 입장 표명이 없었다. 노조는 해고자 복직과 해고기간 임금 지급, 정리해고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