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국적·이름 못 찾은 손기정

2025-08-05

IOC 홈피에 ‘기테이 손’ 등록

정부, 변경 촉구 결의안에도

위원회 “당시 상황 반영” 난색

연덕춘 전 한국프로골프협회 고문이 사후 뒤늦게나마 일본오픈 우승자 기록에서 한국 국적과 이름을 회복하게 되자 ‘마라톤 영웅’ 손기정은 어떻게 되는지 관심을 모은다.

5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홈페이지를 보면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우승자는 ‘한국인 손기정’이 아닌 ‘일본인 기테이 손(Kitei Son)’으로 돼 있다. IOC는 손기정에 대해 “한국은 당시 식민지였기 때문에 이 대회에 참가하려면 일본팀에 선발돼야 했고, 또 다른 선수인 남승룡도 함께 합격했다”며 “두 선수는 이 대회에서 일본 이름으로 출전했다”고 소개했다. IOC는 손기정과 남승룡을 비롯한 일제강점기 시절 올림픽에 나섰던 한국 선수를 모두 일본 국적과 일본식 이름으로 표기하고 있다. 손기정과 남승룡이 베를린올림픽에서 각각 금메달과 동메달을 땄지만 시상대에 올라선 둘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당시 남승룡은 시상대에서 고개를 푹 숙였고, 손기정은 월계수로 가슴의 일장기를 가렸다. 남승룡은 훗날 “손기정이 부러웠다”며 “메달 색 때문이 아니라 월계수로 일장기를 가릴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회고했다.

우리 정부는 아픈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 1980년대부터 IOC에 손기정 등의 국적과 이름을 바꿔달라고 요구해왔다. 국회도 2016년 ‘손기정 선수 대한민국 국적 및 한글 이름 표기 촉구’ 결의안을 채택하고 IOC에 송부한 바 있다.

하지만 IOC는 한국 선수들이 당시 일본 국적으로 올림픽에 출전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국적과 이름 변경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IOC는 “식민지배를 받은 여러 국가 선수 국적을 모두 변경하는 것은 복잡한 문제”라며 “올림픽 개최 당시 역사적 상황을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한국 요청대로 일본 이름을 한글로 바꿔준 게 선례가 될 경우 유사한 요청이 몰려 큰 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한 조치다. 대한체육회도 IOC를 설득하고 있지만 진전된 내용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기정 유족들은 “나라에서 힘을 써 아버지 이름을 꼭 바꿔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정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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