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흐르는 쩡야니의 시간…그의 끝나지 않은 이야기

2025-08-04

쩡야니는 더 이상 무서운 선수가 아니다…더 위대해졌을 뿐

8년만의 메이저 컷 통과…"우승보다 지지 않는 법을 배웠다"

[서울=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골프팬이라면 누구나 기억할 이름, 쩡야니(曾雅妮·36·대만). 국립국어원의 '죽 끓는 변덕'으로 청야니에서 쩡야니가 됐지만, 예나 지금이나 그를 수식하는 단어는 하나다. '여자 타이거'.

2010년대 초반 그는 단순히 강한 선수가 아니었다. 골프의 질서를 흔들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의 패러다임을 뒤집어놓은 존재였다. 20대 초반에 메이저 5승을 포함해 15승. 그 어떤 여자 골퍼보다 빠르고 확실하게 '전설'의 길을 밟았다. 2011년부터 2012년까지 109주 연속 세계랭킹 1위. 누구보다 뜨겁게 타올랐다.

하지만 그는 너무 빨리 무너졌다. 2013년 이후 한 번의 우승도 없이, LPGA 무대에서 잊혀갔다. "쩡야니는 끝났다"는 말은 더 이상 비판조차 아니었다.

드라이버 난조, 퍼팅 입스, 고관절 부상으로 인한 수술과 재활, 심각했던 우울증세까지. 그를 둘러싼 진단은 많았지만, 정답은 끝내 찾을 수 없었다. "나도 이유를 도저히 모르겠다"고 말하던 그의 표정에선 깊은 심연이 엿보였다.

그럼에도 쩡야니는 남달랐다. 미로 속에서 한 순간도 골프채를 놓지 않았다. 2015년부터는 컷 통과조차 못하면서도 꾸준히 출전했다. 투어 카드를 잃은 2019년 이후에는 우승자 자격 또는 주최측 초청장이 오면 빠짐없이 챙겼다. 2020년대 접어들면서는 불러주는 데가 없자 대만, 일본 투어까지 나섰다. 세계 1위의 자존심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리고 맞이한 2025년 8월. 쩡야니는 AIG 여자오픈에서 마침내 컷을 통과했다. LPGA 본선 진출은 2018년 10월 대만 스윙잉 스커츠 타이완 챔피언십 이후 6년 10개월 만, 메이저 본선 통과는 2017년 이 대회 이후 8년 만의 일이었다.

더 놀라운 건 초청 출전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그는 예선부터 참가해 퀄리파잉을 뚫었고, 14년 전 대회 2연패이자 메이저 5승째를 따냈던 바로 그 대회에 당당히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이라고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샷은 예전 같지 않았고, 피니시는 불안했다. 2라운드 공동 35위로 컷을 통과했지만, 4일 받아든 최종 순위는 공동 63위로 밀렸다.

전성기 때 275야드까지 찍었던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는 259야드로 줄었고, 퍼트 불안은 여전해 라운드당 평균 31개를 기록했다. 올해부터 시도한 왼손 퍼트가 큰 효과를 보지는 못한 듯하다. 그는 "롱퍼터도 써보고, 동작도 바꿔봤지만 효과가 없었다. 결국 왼손 퍼트에 도전했다. 너무 절실했기에 모든 걸 바꿀 수 있었다"고 담담히 말했다.

쩡야니가 다시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드라마 같은 반전을 상상한 팬이 있다면 실망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번에 그가 이룬 성취는 단순한 숫자로 폄하할 내용은 아니다.

정상에 서는 것은 오히려 쉬운 일이다. 몰락한 뒤에도 다시 그곳을 향해 걸어가는 이는 드물다. 쩡야니는 10년이 넘는 세월을 '이제는 내려놔야 할 골프'와 '그럼에도 놓지 못하는 골프' 사이에서 버텨왔다.

그가 20대 초반에 이룬 업적은 그 자체로 이미 전설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30대 중반을 넘긴 그가 여전히 골프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골프를 해본 사람이라면 안다. 8년 만의 메이저 컷 통과가 얼마나 험난한 여정인 지를.

쩡야니는 이제 더 이상 우승 후보가 아니다. 하지만 그는 지금 이 순간도 조용히 자신의 길을 걷고 있다. 그 끝이 어디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이것 하나만은 분명하다. 그 종착지는 쩡야니와 그를 응원하는 팬들에게 승리의 역사로 남을 것이라는 점이다.

zangpab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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