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폐스펙트럼장애가 있는지 의심될 때 전문가에게 진단받기 전 스마트폰으로 선별검사를 시행할 수 있는 인공지능 모델이 개발됐다.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천근아 교수와 신경외과 김휘영 교수, 서울대병원 김붕년 교수 연구팀은 아동의 음성을 녹음해 자폐스펙트럼장애 여부를 점검할 수 있는 인공지능 개발 연구를 국제학술지 ‘NPJ 디지털 의학(NPJ Digital Medicine)’에 게재했다고 10일 밝혔다. 연구진은 국내 9개 병원에 내원한 18~48개월 영유아 1242명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 모델을 개발했다.
제한적인 반복 행동을 보이는 등 타인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자폐스펙트럼장애는 조기에 증세를 확인하고 치료를 진행하면 언어 발달 및 사회적 상호작용 능력을 최대한 긍정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하지만 양육자가 어린 아동에게서 증상을 쉽게 알아채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이 때문에 진단·치료가 늦어지면 언어 지연, 학습 부진을 겪기 쉽다. 실제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2020년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폐스펙트럼장애를 앓는 아이 3명 중 1명은 8세가 넘어서야 진단을 받았다.
이번에 개발된 인공지능 모델은 월령별로 다른 과제를 제시하고 아동의 반응을 관찰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 과제는 이름을 부르면 반응하도록 유도하거나, 부모의 행동을 따라하게 하고, 장난감 등을 이용한 상상 놀이나 공놀이, 도움 요청하기 같은 항목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양육자는 먼저 가정에서 수행할 수 있는 검사인 영유아 자폐 선별검사(M-CHAT), 사회적 의사소통 질문지(SCQ), 사회적 반응성 척도(SRS-2) 등에서 나온 점수를 입력한 뒤 녹음한 아이의 음성을 입력하면 된다. 인공지능은 검사 점수와 함께 아동의 음성을 통합 분석해 결과를 산출한다.
연구진은 기존 검사들을 이용했을 때의 정확도는 70% 수준이지만 실제 타인과 상호작용하면서 아이가 내는 목소리의 톤과 리듬, 음성 패턴 등의 데이터를 함께 사용하면 다차원적 분석이 가능해져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인공지능 모델은 정상 발달 아동과 발달 위험군 자폐 아동을 우선 구분하는 데선 94% 이상의 정확도를, 고위험군과 실제 자폐 아동을 구분할 때는 85%의 정확도를 보였다. 또한 국제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자폐 진단 관찰 검사(ADOS-2) 결과와도 80%의 일치도를 보였다.
천근아 교수는 “실제 진료실에는 자폐스펙트럼장애 정도가 심해진 후에 초진으로 내원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에 개발한 인공지능은 가정에서도 사용할 수 있어 좀 더 빠른 진단이 가능하고, 그만큼 더 좋은 치료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휘영 교수도 “전문의 진단 전 부모들이 믿고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 검사 도구인 셈”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