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승조라는 표현으로는 부족하다…이강철 매직이 만든 ‘변형 필승조’ 고영표

2024-10-09

“필승조라는 표현 말고 더 강력한 수식어 없을까요?”

프로야구 KT 위즈 이강철(58) 감독은 요즘 오른손 사이드암 고영표(33)를 보면 함박웃음만 나온다. 기존 보직인 선발투수 임무를 잠시 내려놓은 고영표가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필승조로 완벽하게 변신하면서 “필승조 말고 더 강한 표현이 필요하다”며 매일같이 극찬을 보내고 있다. 시속 150㎞대의 빠른 공을 던지는 마무리 카드 박영현(21)을 보유한 상황에서 고영표까지 불펜에서 자기 몫을 해낸 KT가 벼랑 끝에서 살아났다.

KT는 9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4차전에서 ‘변형 필승조’ 고영표의 역투와 연장 11회말 2사 만루에서 나온 심우준의 끝내기 내야안타를 앞세워 LG 트윈스를 6-5로 물리쳤다. 이로써 시리즈 전적을 2승2패로 맞추고 탈락 위기에서 벗어났다. 더는 물러설 곳이 없는 KT와 LG는 11일 장소를 서울 잠실구장으로 옮겨 플레이오프(5전3승제) 진출 티켓을 놓고 마지막 5차전을 치른다.

4차전의 주인공은 불펜으로 변신한 고영표였다. 4-3으로 살얼음판 리드를 잡던 5회 등판해 3과 3분의 1이닝 2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했다. 경기가 8회 동점이 되면서 승리투수 요건은 날아갔지만, 수훈선수로 손색이 없는 투구였다. 고영표는 “다른 계산은 하지 않고 있다. 새 보직을 맡은 만큼 제대로 해내야 한다는 마음뿐이다. 그러지 못한다면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준플레이오프 1승1패로 맞선 3차전에서 진 팀이 플레이오프로 올라갈 확률이 0%라고 들었다. 그러나 우리에게 이제 확률은 무의미하다. 확률을 확률일 뿐이다”고 말했다.

지난 1월 KT와 다년 계약(5년 107억원)한 에이스 고영표의 불펜 전환으로 대표되는 KT의 ‘가을 마법’ 뒤에는 투수 출신인 이강철 감독의 능수능란한 마운드 운용이 자리 잡고 있다. 2019년 부임 후 김민과 손동현, 박영현 등 젊은 필승조를 계속해 키워낸 이 감독은 올 시즌 막판부터 고영표에게 불펜 핵심 보직을 맡겼다. 구원으로 나와도 자기 공을 뿌리는 고영표의 능력을 전적으로 믿었다.

결과적으로 이 승부수는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고영표는 5위 싸움이 한창이던 지난달 28일 수원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구원으로 등판해 5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다. 이어 3일 두산 베어스와의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에서 1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뒤 하루 쉬고 선발로 나온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4이닝 1실점으로 호투해 데일리 MVP를 수상했다. 이어 이날 역시 선발투수 윌리엄 쿠에바스가 4이닝 6피안타(2피홈런) 2볼넷 3실점으로 난조를 보이자 5회부터 투입돼 KT의 허리를 든든하게 지켰다.

경기 초반은 타격전 양상이었다. LG는 2회 김현수와 박해민이 쿠에바스로부터 백투백 솔로홈런을 빼앗아 기선을 제압했다. KT는 곧바로 이어진 2회 공격에서 문상철의 좌전 솔로포로 맞불을 놓았다.

공방전은 계속돼 LG는 4회 문성주의 좌전 적시타로 1점을 보탰고, KT는 4회 집중타를 앞세워 4-3으로 리드를 빼앗았다. 이어 5회 강백호가 우월 솔로홈런을 터뜨려 5-3으로 도망갔다. 패색이 짙던 LG는 8회 패스트볼과 김현수의 동점 적시타로 5-5 균형을 맞췄다.

다 잡은 승리를 놓칠 위기이던 KT는 마무리 박영현의 역투로 되살아났다. 5-5로 맞선 8회 2사 만루에서 등판한 박영현은 신민재를 삼진으로 처리해 급한 불을 껐다. 이후 박영현이 거침없는 투구로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자 KT는 11회 무사 만루 찬스를 잡았다. 여기에서 배정대와 천성호가 범타로 물러났지만, 심우준이 내야안타를 터뜨려 경기를 끝냈다. LG 2루수 신민재와 유격수 오지환이 서로 부딪히면서 타구를 처리하지 못했다. 11회까지 3과 3분의 1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호투한 박영현은 데일리 MVP로 선정됐다.

KT 이강철 감독은 “지면 끝나는 경기라 투수들이 무리를 해줬다. 고맙고 미안하다. 11회 공격에선 무사 만루가 2사 만루가 됐지만, 이대로 끝날 것 같지는 않았다. 우리에게 0% 기적을 이루라고 운이 따른 느낌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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