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수의 퀀텀점프] 이제 한국도 쓴다…양자컴 제대로 알기 <2>

2025-02-21

역사상 최고의 물리학자로 평가받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으로 유명하지만 정작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업적은 1905년 발표한 광전효과에 대한 논문입니다. 광전효과는 빛으로 전기를 발생시키는 현상으로 오늘날 태양광 발전의 핵심 원리기도 하죠.

더 중요한 것은 아인슈타인이 광전효과 실험으로 빛이 입자라는 사실을 밝혀낸 것입니다. 금속판에 빛을 쬐면 이로부터 떨어진 반대편 금속판으로 전자가 이동해 전기가 흐릅니다. 이는 당구공이 다른 당구공을 튕겨내듯, 금속판 속의 전자가 빛 입자에 맞아 반대편 금속판으로 튕겨져나갔다고 설명해야 합니다. 오늘날 빛 입자를 뜻하는 ‘광자(光子)’라는 개념이죠.

빛이 입자라면 ‘관측’의 의미도 되돌아봐야 합니다. 우리가 골프공의 움직임을 확인하려면 빛이 골프공에 부딪쳐 반사된 후 눈의 망막이나 카메라 이미지센서에 닿아야 합니다. 빛에 부딪혔다고 골프공의 움직임이 바뀌지는 않겠죠. 하지만 전자는 다릅니다. 너무 작고 가볍기 때문에 광자에 부딪히면 움직임이 바뀝니다. 광전효과 실험처럼요. 전자의 움직임을 확인하기 위한 관측 자체가 움직임에 영향을 주는 셈입니다. 전자보다 좀더 크지만 여전히 작은 원자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분과 전체’로 유명한 베르너 하이젠베르크는 이런 이유로 위치와 속도를 동시에 정확히 알 수 없다는 ‘불확정성 원리’를 발견했습니다.

따라서 관측 기술이 아무리 발전한다고 해도 원자나 전자 같은 작은 입자의 위치를 정확하게 관측하는 것은 원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관측할 때마다 관측 자체가 위치를 왜곡시킬테니까요. 대신 A 지점에 있을 확률이 80%, B 지점에 있을 확률이 20%라는 식의 확률 계산은 가능합니다. 작은 입자를 100번 관측할 때 골프공처럼 매번 한 지점에서 일정하게 관측되지는 않지만 A 지점에서 80번, B 지점에서 20번 관측되는 식으로 어떤 확률을 따르는 규칙은 있다는 말이죠. 그 규칙이 바로 에르빈 슈뢰딩거의 ‘슈뢰딩거 방정식’입니다. 작은 입자의 움직임은 F=ma가 아닌 슈뢰딩거 방정식을 계산해 확률적으로만 알 수 있습니다.

광자나 전자처럼 작은 입자들을 ‘양자(量子)’, 위에서 설명한 이유로 기존 역학과 확연히 다른 이들 입자에 대한 역학을 양자역학이라고 합니다. 양자는 엄밀히 말해 불연속적인 에너지 덩어리로서의 특성을 가진 입자를 강조해 일컫는 말입니다. 광자는 거시적으로는 연속적 에너지 흐름(빛)으로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불연속적인 에너지 덩어리입니다. 전자도 음파처럼 연속적 전기에너지 흐름인 ‘전자파’로 보이지만 불연속적 전기에너지 덩어리죠. 양(量)은 ‘퀀터티(quantity)’, 그래서 양자는 영어로 ‘퀀텀(quantum)’이고요.

◇아인슈타인이 틀렸다…양자컴 탄생으로 이어진 기묘한 현상

양자역학에서는 ‘확률’이라는 개념도 되짚어봐야 합니다. 슈뢰딩거 방정식을 계산해 전자가 A 지점에 있을 확률이 80%, B 지점에 있을 확률이 20%라는 것을 알아냈다고 해보죠. 이때 확률은 전자가 100번 관측 중 A에 80번, B에 20번 관측된다는 통계적 확률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이를 이해하려면 전자가 관측되기 전에는 어디에 있을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1. A나 B 둘 중 한곳에 있을 텐데 우리가 관측하지 않아서 모를 뿐이다.

2. A에 80%, B에 20%의 확률로 동시에 존재하다가 우리가 관측하는 순간 한곳으로 결정된다.

우리 상식으로는 1번 같겠지만 답은 2번입니다. 마치 구름처럼 A와 B에 각각 80%와 20%씩 퍼져있는 확률 분포 그 자체가 전자의 본질이라는 겁니다. 구름에 비유했지만 전자가 증기처럼 뿌옇게 흩어져 있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이미 더 작게 쪼갤 수 없는 기본입자로서 전자 자체가 여러 곳에 동시에 존재한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죠. 그러다가 관측의 영향을 받으면 그 확률 분포가 붕괴되고 우리에게 익숙한 형태로서 A나 B 중 한곳으로 위치가 결정된다는 말입니다.

당시 저명한 물리학자들도 납득하지 못했습니다. 아인슈타인이 대표적입니다. 그는 상대성이론으로 과학의 패러다임을 바꾼데다 광자 발견으로 양자역학 탄생에도 기여했지만 아이로니컬하게도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끝까지 거부했습니다. 심지어 확률을 계산하는 슈뢰딩거 방정식의 창시자까지도요. 슈뢰딩거는 반반의 확률로 살아있는 동시에 죽은 고양이 사고실험, 그 유명한 ‘슈뢰딩거의 고양이’를 통해 반박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입자가 여러 위치, 더 일반적으로 여러 상태에 확률적으로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는 해석은 오늘날 ‘양자중첩’이라는 이름으로 분명하게 존재하는 자연현상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양자컴퓨터의 핵심 원리로 응용되고 있다는 게 중요합니다. 양자컴퓨터는 입자의 ‘스핀’으로 디지털 정보를 구현합니다. 스핀은 나중에 다시 설명하겠지만 간략히는 위와 아래 방향이 있고 이를 각각 0과 1의 디지털 정보로 환산할 수 있습니다. 이때 스핀은 양자중첩으로 위와 아래, 즉 0과 1의 상태를 동시에 가집니다. 한번에 0이나 1만 처리하는 기존 컴퓨터와 달리 병렬 연산이 가능한 구조입니다.

물론 양자중첩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앞서 말했듯 입자가 광자에만 부딪혀도 양자중첩 상태가 왜곡되고 결국 계산 오류로 이어집니다. 입자에 미치는 외부 영향을 최소화하려면 빛은 물론 진공 상태로 만들어 주변 공기를 없애야 하고 영하 270℃의 극저온을 만들어 남은 불순물들의 움직임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현재 대부분의 양자컴퓨터가 거대한 냉각장치를 달고 위성초전도체 같은 신기술을 개발하는 이유입니다. 양자중첩과 관련해 양자컴퓨터 기술 경쟁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으며 양자컴퓨터를 넘어 양자암호통신 등 다른 양자기술에는 어떻게 응용되는지는 다음에 이어서 소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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