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달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드라마는 너무나도 흔하다. 하지만 ‘착한 사나이’는 다르다. 이 작품에서 건달은 전형적인 남성 서사의 낭만이나 카리스마가 아닌 찌질함과 고단함이 녹아 있다.
14일 오후 서울 신도림 더링크호텔 링크홀에서는 JTBC 새 금요시리즈 ‘착한 사나이’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송해성 감독을 비롯해 이동욱, 이성경, 박훈, 오나라, 류혜영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착한 사나이’는 팍팍한 현실 속에서도 사랑과 가족을 붙들고 살아가는 인물들의 이야기다. 이동욱은 3대 건달 집안의 장손이자 의외의 순정을 품은 박석철로 분해, 가수를 꿈꾸는 그의 첫사랑 강미영(이성경)과의 감성 누아르를 그린다. 송해성 감독은 이 작품을 “가지 않은 길 앞에 선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표현했다. 누군가의 선택, 그에 따른 후회, 다시 찾아온 기회가 인물들의 삶을 관통한다.

건달이라는 소재는 진부하다는 인식이 따르기 마련이다. 이동욱 역시 이를 부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소재가 진부할 순 있어도 결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 작품에서 건달이 멋있어 보이도록 노력하지 않았다. 오히려 현실에 찌들어 사는 ‘찌질스러움’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그렇기에 이동욱은 ‘건달 미화’에 분명한 선을 그었다. 그는 “작품에 대한 논의 과정에서 건달을 절대 미화하지 말자는 이야기를 계속 나눴다”고 말했다. “‘왜 저렇게 사나’ 싶을 정도로 찌질한 인물의 현실을 담고 싶었다”는 그의 말처럼, 이 드라마에서 ‘건달’은 결코 멋있게 그려지지 않는다.

송해성 감독은 조금 다른 각도에서 이 드라마의 정서를 설명했다. 그는 “‘착한 사나이’라는 제목 자체가 요즘은 잘 쓰지 않는, 촌스럽다고 느껴질 수 있는 표현이지만, 오히려 그 촌스러움을 밀고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배우들 사이에서는 “대본이 평양냉면 같다”는 말도 오갔다. 자극적이지 않지만 자꾸 생각나고, 은근한 여운이 남는 이야기라는 뜻이다.
이동욱의 연기 변화도 눈에 띈다. 장르물과 판타지 위주의 캐릭터를 소화해온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지극히 현실적인, 어딘가에 존재할 법한 인물로 돌아왔다. “하늘을 날고, 세상에 없는 삼촌이 되어 조카를 구하던 역할에서 벗어나고 싶었다”는 그는 “실생활에서 볼 수 있는 사람, 그저 삶에 찌든 사람을 연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성경은 극 중 가수를 꿈꾸는 유튜버 강미영 역을 맡아 노래와 피아노 연주 장면을 직접 소화했다. 그는 “이성경으로 보이지 않도록 노력했다”며 “실제 연주를 위해 공들여 연습했고, 인위적인 모습보다는 정말 있을 법한 사랑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로맨스는 오히려 순수함으로 다가온다. 이동욱은 “성경 씨가 밝고 활발한 캐릭터가 많았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저에게 지친 삶을 환기시켜주는 인물이었다”며 “둘의 로맨스는 성인이 맞나 싶을 정도로 순수하다”고 말했다.
‘착한 사나이’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동욱은 “대한민국의 모든 가족이 순탄하지만은 않다. 우리 드라마는 그런 복잡한 가족 속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의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극 중 박씨 집안은 각각의 결핍과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인물들로 채워져 있다.
‘착한 사나이’는 JTBC 금요시리즈의 첫 주자로, 매주 금요일 저녁 2회 연속 방송된다. 송해성 감독은 “이 드라마는 화려한 장르물 속에서 인간적인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평범한 사람들의 선택과 후회, 그리고 사랑. ‘착한 사나이’는 그 안에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오는 18일 오후 8시 50분 첫 방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