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은행, 혁신 中企대출 1년새 17조원 줄였다

2025-06-10

주요 시중은행의 중소 혁신 기업 기술신용대출이 최근 1년 새 17조 원 가까이 급감했다. 은행권이 밸류업과 주주 환원 확대를 위해 자본비율을 관리하면서 위험도가 높은 중소·벤처기업 대출을 옥죈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금융계에 따르면 올 4월 말 현재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134조 6524억 원으로 1년 새 16조 7438억 원이나 감소했다. 같은 기간 대출 건수는 33만 6086건에서 28만 758건으로 약 5만 5000건 줄었다.

기술신용대출은 기술력은 우수하지만 재무 상태나 신용등급이 낮은 벤처 및 중소기업이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2014년 도입된 제도다. 은행은 기술평가기관이 발급한 평가서 및 기타 요건을 고려해 대출금리 및 한도를 책정한다.

이들 대출은 기술력을 담보로 하는 만큼 일반적인 기업대출과 비교해 위험가중자산(RWA) 가중치가 높은 편이다. 위험가중자산은 주주 환원 여력과 직결되는 보통주자본비율(CET1)에 영향을 미친다. 이는 은행권이 기술신용대출을 비롯해 위험 가중치가 높은 대출을 줄이는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 발표 이후 모든 은행권이 자본비율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대출 재원이 정해져 있는데 위험이 높은 곳에 대출을 주면 배당 여력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IBK기업은행과 KDB산업은행 같은 국책은행을 포함한 전 은행권의 기술신용대출 잔액도 지난해 4월 말 기준 308조 2780억 원에서 올 4월 말에는 305조 955억 원으로 3조 1825억 원 줄었다. 4대 은행을 제외하면 사실상 증가이기는 하지만 주요 시중은행의 이탈 금액이 워낙 큰 탓에 전체 규모가 쪼그라들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4대 은행은 기업은행에 이어 은행권 가운데 기술신용대출 시장에서 높은 비중을 나타내고 있다”며 “중소기업과 혁신 기업의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윤석열 정부에 이은 이재명 정부도 주주 환원을 강조하고 있어 은행들이 위험대출을 꺼리는 경향이 더 강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상법 개정안이 이르면 이번 주 중 본회의에 상정돼 처리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도 주주 환원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금융지주들의 밸류업 정책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시장에서는 경기 침체로 중기 연체율이 올라가는 상황에서 금융권이 밸류업에 신경을 쓰게 되면 전반적인 유동성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은행이 자체적으로 고도화된 신용평가 체계를 개발하고 유망한 기업에 대한 대출을 늘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 당국은 전반적인 자금 공급 상황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하반기 시행하려던 스트레스 완충 자본 규제를 내년 상반기 이후로 연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스트레스 완충 자본은 위기 상황을 대비해 추가로 자본을 적립하게 하는 것으로 은행 입장에서는 위험 가중치가 높은 중기 대출을 줄일 요인이 된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은행들의 중기 자금 공급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부분이 뭔지 살펴보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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