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혜성(26·LA 다저스)이 야구 인생에서 잊지 못할 경험을 했다. 좌완 선발을 상대로 선발로 출전한 경기에서 메이저리그(MLB) 전설로 남을 클레이튼 커쇼의 3000탈삼진 현장을 함께했다. 커쇼와 축하의 포옹도 나눴다. 김혜성이 9회말 살아나가면서 발판을 놓은 끝에 팀은 9회말 끝내기 역전승까지 거뒀다. 그의 야구인생에 길이 남을 짜릿한 경기였다.
김혜성은 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MLB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경기에 9번 타자 2루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1안타 1볼넷 1도루를 기록했다.
전날(2일) 화이트삭스전에도 선발 출전했으나, 3타수 무안타에 그쳤던 김혜성은 이날 내야 안타로 출루한 뒤 2루 베이스까지 훔치며 빠른발을 과시했다. 김혜성의 올 시즌 성적은 39경기 32안타 2홈런 12타점 16득점 8도루 타율 0.368이다.
김혜성에겐 MLB 역사에 길이 남을 커쇼의 대기록 경기에 출전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남을 만한 경기였다. 커쇼는 이날 화이트삭스를 상대로 삼진 3개를 잡아내고 개인 통산 MLB 3000탈삼진을 완성했다. 이는 MLB 역사상 20번째 대기록으로, 특히 커쇼는 한 소속팀에서만 3000K를 달성한 최초의 선수가 됐다.

2008년 빅리그에 입성한 뒤 MLB에서만 200승을 넘게 쌓은 커쇼는 다저스의 레전드 투수 중 한 명이다. MLB 최고 투수에게 주어지는 사이영상도 세 차례 수상했고, 2014년엔 최우수선수(MVP)도 거머쥐었다.
다만 2023년 말 어깨 수술을 받은 뒤 쉽게 복귀하지 못했다. 지난 시즌엔 단 두 경기만 나섰다. 오랜 재활 끝에 지난 5월 다시 마운드에 오른 커쇼는 차근차근 이닝 수를 늘려왔고, 지난달 5경기에 나서 4승을 챙기며 부활을 알렸다. 이날은 6이닝 9피안타(1홈런) 3탈삼진 4실점을 기록했다. 6회 마지막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대망의 3000탈삼진을 잡아냈다. 2-4로 뒤지던 다저스가 9회말 극적으로 5-4 역전승을 거두면서 커쇼의 대기록이 더 빛이 났다. 올 시즌 성적은 4승 무패 평균자책점 3.43을 기록 중이다.
윌 스미스와 앤디 파헤스의 솔로포로 팀이 2-1로 앞서던 2회말 김혜성은 첫 타석에 들어섰다. 2회말 2사 1루에 김혜성은 션 버크의 시속 153㎞ 높은 포심을 노렸으나,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점수가 2-4로 뒤집힌 5회말 김혜성은 주자 없는 1사에 다시 나섰다. 그는 7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바깥쪽 체인지업을 살짝 밀어 쳐 내야 안타를 만들어냈다. 3루수는 몸을 날렸으나 장타를 막아내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출루에 성공한 김혜성은 빠른 발로 2루 베이스를 훔치며 오타니 쇼헤이 앞에 득점 찬스를 마련했다. 하지만 후속 안타가 터지지 않으며 김혜성은 득점을 올리진 못했다.
4실점을 내준 커쇼는 6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그는 화이트삭스 마이클 테일러에게 2루타를 맞으며 다소 흔들리는 듯했지만, 그의 3루 도루를 저지하며 주자를 지웠다.

주자 없는 2사에 비니 카프라를 상대한 커쇼는 공 4개로 삼진을 잡아내며 대망의 개인 통산 3000탈삼진 고지를 밟았다. 대기록과 함께 이닝을 무실점으로 마친 커쇼는 팬들의 뜨거운 환호와 기립박수를 받았다. 커쇼의 대기록을 보기 위해 입장한 5만3000여 만원 관중의 함성은 그라운드를 뜨겁게 달궜다. 커쇼는 동료들과도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김혜성도 커쇼와 역사적인 순간 포옹을 나눴다.
김혜성은 7회말 무사 1루에 타석에 들어섰으나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다저스는 커쇼의 대기록 경기를 질 수 없다는 듯 뒤늦은 뒷심을 발휘했다. 2-4로 밀리던 9회말 선두타자 마이클 콘포토가 내야안타로 출루한 뒤 토미 에드먼이 볼넷으로 걸어나갔다. 이어 등장한 김혜성은 흔들리는 상대 마운드를 침착하게 지켜보며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출루했다. 경기 막판 무사 만루 기회를 얻은 다저스는 오타니의 땅볼로 1점을, 무키 베츠의 희생플라이로 1점을 추가했다.

4-4 동점을 만든 다저스는 2사 1·2루에 프레디 프리먼의 끝내기 적시타가 터지며 5-4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MLB 최강팀 다저스의 저력이 그대로 드러난 한 판이었다. 김혜성도 역사적인 드라마의 당당한 일원이었다. 55승 32패를 기록한 다저스는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선두를 질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