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데 지독하다, 이해진 컴백…‘10조 클럽’ 네이버에 생길 일

2025-03-17

Today’s Topic

이해진이 돌아온다

‘의장’ 시즌2 미리보기

“(창업한 지) 20년이 되니 저도 감이 많이 떨어졌고요. 핸드폰 글자도 잘 안 보인지 꽤 됐어요(웃음). 이젠 한 발 뒤로 물러서서 내가 어떤 걸 기여할 수 있는지 생각하는 단계입니다.”

이해진(글로벌투자책임자·GIO) 네이버 창업자가 2019년 6월 한 심포지엄에서 한 얘기다. 2017년 3월 이사회 의장 자리를 내려놨고, 이듬해 등기이사직에서도 물러난 그는 모처럼 공개 석상에 나와 ‘일선 후퇴’ 배경을 비교적 상세하게 밝혔다. 그렇게 후배들에게 바통을 넘겼던 그가 7년 만에 이사회 의장으로 복귀한다. 네이버 안팎에선 그의 컴백 자체가 네이버가 처한 위기의 중대함을 보여주는 신호로 평가한다. 국내 검색 시장에서 구글이 턱 밑까지 치고 올라와도, 라인야후 사태가 터져도 등판하지 않았던 그라서다.

‘네이버는 인공지능(AI) 시장에서 준비돼 있는가?’ 지난해 네이버 사내 간담회에서 나온 직원의 질문이다. 다시 네이버의 키를 쥘 이 창업자는 답을 가지고 있을까? 거대한 포식자(야후·라이코스)들을 물리치고 모바일 다크호스(카카오)와 맞붙으며 글로벌 진출(라인·네이버웹툰)까지 성공시킨 과거의 영광을 AI 시대에도 재현할 수 있을지. 팩플이 ‘이해진 시즌2’를 미리보기했다. 이 창업자가 이사회에 있었던 시기와 없었던 시기 이사회 안건을 전수조사해 분석했고, 그간의 발언과 기록을 모조리 뒤져 시즌2의 단초를 모았다. 이 창업자와 함께 일한 네이버 전·현직 임원과 지인 7명이 꺼낸 이해진 리더십의 숨겨진 이야기도 놓치지 마시길.

1. 7년 만의 이사회 복귀, 왜 지금?

다름 아닌 지금, 그가 복귀하는 이유는.

‘딥시크’ 쇼크: “이젠 빅테크와 정면 승부하기 어려운 국면”(김주관 쇼핑 프로덕트 부문장), “경쟁자들이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에 달리면서 고민해야 한다”(장준기 테크플랫폼 부문장). 네이버 리더들이 최근 공개된 ‘팀네이버 작전타임’ 영상에서 털어놓은 속내다. 네이버는 AI 분야에서 결정적 한 방이 부족했다. 수년간 1조원 넘게 투자했고 나름 성과도 냈지만, 그래서 경쟁력이 있냐고 묻는다면 의문부호가 따라붙는다. 때마침 중국산 ‘가성비’ 생성AI 딥시크가 등장했고, ‘빅테크만큼 투자를 하지 못해 그렇다’는 변명이 궁색해졌다. 젊은 경영진에게 네이버를 맡겼던 이 창업자도 자신의 판단을 되돌아봤다. 오히려 소버린 AI(특정 국가가 독립적으로 개발·운영·통제하는 AI)의 성공 가능성은 더 커진 건 아닌가. 네이버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 창업자가 AI 전략에 대한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직접 살펴봐야겠다는 판단이 복귀 배경 중 하나”라고 말했다.

네이버의 사정: 글로벌 AI 시장, 숨막히는 초단위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그런데 네이버 이사회 구성은 괜찮나. 변대규(휴맥스홀딩스 회장) 의장을 포함한 7명의 멤버 중 사내이사는 최수연 최고경영자(CEO)와 채선주 대외·ESG 정책 대표뿐. 투명성 측면에서 긍정적이나 AI 전쟁 중인 시점에선 다소 느긋한 느낌이다. 비상근 사외이사들이 주요 의사 결정을 하다 보니 결단력과 속도감이 그만큼 떨어진다. 게다가 사외이사 4명 모두 IT 전문가가 아닌 회계·법률·투자 전문가다. 네이버 고위 관계자는 창업자 복귀 배경에 대해 “젊은 경영진은 과감한 시도를 속도감 있게 진행하고, 관록 있는 이 창업자가 무게감을 더해주면 좋겠다는 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요청이 있었다”고 말했다.

여러 우물 전략, 유효한가: 이 창업자가 이사회 밖에 있던 네이버, 여러 우물을 팠고 효과도 분명 있었다. 2018년 매출 5조원을 넘겼던 네이버가 6년 만에 ‘10조 클럽’에 진입할 수 있었던 것도 신사업 중심의 확장 덕분. 지난해 전체 매출에서 커머스·핀테크·콘텐트·클라우드 등 신사업 4개 부문 매출이 60%를 넘어섰다. 그런데 여러 우물 전략, 미래에도 괜찮은 걸까.

창업자는 평소 사업·투자에서 네이버가 가진 본질에서 벗어나는 걸 굉장히 싫어 했어요. 그럴 때면 괜찮은 사업도 과감하게 접으라고 했었죠. 2013년 네이버가 부동산 매물 정보 제공 사업에서 철수한 게 대표적입니다. 복귀한 이후엔 AI의 본질에 집중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고 밀어붙이지 않을까요?(전직 네이버 부장급 인사)

2. 이해진이 있는 네이버, 없는 네이버

이 창업자의 복귀는 네이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 창업자가 이사회 멤버(의장직·이사직 포함)로 있었던 2004~2017년(총 138회 이사회 개최)과 멤버에서 빠졌던 2018~2023년(총 96회) 이사회 안건을 비교 분석했다. 이해진 시즌1을 통해 시즌2를 가늠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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