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돌봄의 날, 뿔난 울산 노동자 “돌봄 가치에 맞게 처우개선”

2024-10-30

[울산저널]이승진 시민기자= 10월 29일은 UN이 정한 ‘국제 돌봄과 지원의 날’이다. UN은 전 세계적 인구 증가와 고령화, 가족 형태 변화, 여성의 사회적 활동 참여 확대 등으로 돌봄은 사회화됐고 돌봄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그동안 저평가돼 있던 돌봄노동의 가치를 인정하고 지원을 확대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UN이 2023년 총회에서 국제 돌봄과 지원의 날을 정하자 올해 우리나라에서는 여성, 장애, 청년, 노동 분야에서 활동하는 29개 단체가 '10.29 국제돌봄의날 조직위원회'를 꾸리고 10월 28일부터 11월 2일까지 돌봄 공공성과 지속가능한 돌봄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우리나라는 2025년에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초고령사회’는 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에서 20% 이상 차지하는 사회를 말한다. 우리나라는 고령사회에 진입하고 7년 만에 진입하게 된다. 정부는 이에 맞춰 여러 돌봄 정책을 발표하고 있으나 돌봄 현장 노동자의 현실은 어떨까? “처우개선과 노동환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 당사자들의 주장이다. 그 이유로 “정부가 돌봄노동에 대해 저급한 인식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윤석열 정부가 돌봄의 민간 주도 고도화 정책으로 공공성을 대폭 후퇴시키고 있다”고 직격했다.

전국돌봄서비스노동조합 울산지부는 10월 29일 오전 10시 울산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3월, 한국은행은 ‘노동시장 구조 변화와 대응 방안 세미나’를 통해 돌봄노동을 비생산적 경제활동으로 치부하고 돌봄 비용을 줄이기 위해 최저임금 차등 적용, 해외인력 도입 필요성을 주장했다”면서 “금융위원회를 통해 보험사와 사모펀드가 장기요양기관에 진출할 수 있도록 추진 중이고 공공돌봄기관 모델로 출발한 사회서비스원은 좌초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규탄했다. 이어 “서울시는 이미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을 폐원시켰고 다른 지자체도 사회서비스원을 축소시키거나 명맥만 유지하는 수준으로 운영 중”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개인이 돌봄을 책임지는 시대는 지났다”면서 “돌봄의 사회화는 국가책임 요구로 이어지고 재정은 국가가 책임지고 있는데 공급체계는 민간에게 맡겨진 채 운영되는 기형적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로 인해 돌봄서비스가 민간 이익을 창출하는 도구로 전락하고 서비스 질은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언급한 뒤 “장기요양의 경우 국공립 시설 비율이 1%가 되지 않고 이마저도 직접 운영하는 한두 개 시설을 제외하면 모두가 민간위탁으로 운영되는 등 무늬만 국공립 시설”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공식적으로 인정되는 돌봄 노동자는 110만1000명으로 2008년에 비해 두 배 증가했고 돌봄 노동자 92.5%는 여성, 이중 절반이 50대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월평균 임금은 152만8000원으로 전체 취업자 266만5000원의 57.3%에 불과하고 돌봄 노동자 22%는 중위임금 2/3 미만인 저임금 노동자”라고 개탄했다. 이 수치들이 ‘돌봄노동의 저평가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돌봄 노동자를 필수노동자, 전문인력이라고 인정한다면 그에 맞는 처우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련해서 연차와 휴게시간을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 근무로 인정받지 못하는 이동시간, 감정노동에 더해지는 신체적, 정서적, 성적 폭력 등을 열거하며 돌봄 노동자의 현실을 부각시켰다. 이들은 정부가 추진해야 할 해법으로 △돌봄정책기본법·돌봄노동자기본법 제정 △돌봄 공공기관 확대 및 직접 운영 확대 △보험사 및 투기자본의 노인장기요양기관 진출 금지 △돌봄 예산 확대 편성 및 무상돌봄 실현 △돌봄 노동자 표준임금 가이드라인 도입 △노인장기요양기관 장기근속장려금 제도 개선 △이동시간 근무 인정 △정부 위원회에 노동자 직접 참여 보장 △돌봄 노동자 처우개선위원회 설치를 요구했다.

이승진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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