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2기 시대를 맞아 각국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사상 초유의 권한대행의 권한대행 체제를 맞은 우리나라는 '최상목-트럼프' 전화 통화조차 성사되지 않고 있다. 여권에서는 헌법재판소의 한덕수 국무총리의 빠른 탄핵심판을 강조하며, 하루빨리 '한덕수 권한대행 체제'로 해외 정상외교를 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10일 강영규 기획재정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장관과 트럼프 대통령 간 통화 일정과 관련해 "외교부를 통해 오퍼를 넣어놓은 상태"라며 "그쪽(미국) 사정에 따라 연락이 올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대행과 트럼프 대통령의 전화 통화가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이어진 직후였다.
최 대행은 지난달 20일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과 아직 통화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7년 트럼프 1기 당시 황교안 권한대행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 10일 만에 통화했었다. 그러나 현재는 우리나라가 권한대행 체제를 넘어, 권한대행의 권한대행 체제이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최 대행과의 통화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 등 각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이 속속 이뤄지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이어,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만났고,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도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이런 가운데 최 대행은 이달 26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개최되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에도 불참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권한대행으로서의 업무가 막중해, 기재부장관으로서의 중대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는 것이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G20 재무장관 회의에 한국이 불참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최 권한대행이 대통령 권한대행과 국무총리 권한대행에 이어 경제부총리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헌재의 한 총리 탄핵심판이 하염없이 미뤄지면서 대행의 대행 체제가 심각한 국가적 손실을 불러오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치권에선 한 총리 탄핵심판을 빨리 서둘러 '한덕수 체제'의 정상외교로 전환하고, 최 대행도 경제 수장 본연의 업무로 복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총리는 두 차례 총리를 지내며 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수석과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노무현 정부에서 한·미 FTA 체결지원장, 이명박 정부에서 주미대사를 지내며 외교 관련 경험이 풍부하다.
여권 관계자는 "탄핵정국에서 현재 외교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사람은 국제 경험이 풍부한 한 총리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있냐"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또한 헌재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불임명 권한쟁의심판 사건 변론을 재개하자, 한 총리 탄핵 의결 정족수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등이 먼저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권 비대위원장은 "헌재가 왜 이렇게 마 후보자 임명에 목을 매는지 많은 국민들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며 "우리법연구회 출신 재판관을 한 명 더 늘려서 대통령 탄핵을 인용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국민적 의혹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이어 "마 후보자 임명 관련 일정을 일단 중지하고 복잡한 쟁점도 없는 한 총리 탄핵심판부터 조속히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헌재에 다섯 가지 질문을 던지면서 "헌재는 마 후보자 임명에 관한 여야 합의에 대한 사실 여부를 따지기 전에 한 총리 탄핵 의결정족수에 대한 결론부터 먼저 내고 우원식 국회의장의 독단적인 국회법 해석권에 대한 결론을 내려야 한다"며 "여야 간 합의는 정치적 쟁점이지만 탄핵 의결정족수와 국회의장 권한은 법적 쟁점"이라고 짚었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 6일 비대위회의에서도 헌재를 향해 "더 이상 탄핵심판을 지연시키지 말고 한덕수 권한대행의 탄핵을 즉시 각하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