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지약물 복용으로 6개월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던 허인회(37)가 복귀전에서 심경을 털어놨다. 28일 경기 광주시 강남300CC(파70)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동아회원권그룹 오픈 1라운드(총상금 7억 원)를 마친 뒤였다.
허인회는 “문제가 된 약은 통풍 때문에 아주 가끔 복용하던 약이었다. 2023년 처방받을 때는 금지약물이 아니었고, 지난해 재처방 시에는 나도, 의사도 다시 확인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 사이 금지약물로 지정돼 있었다. 일 년 만에 바뀔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DP월드투어 첫 출전 대회를 앞두고 이 사실을 통보받았다. 성적이 좋지 않았던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이후 6개월은 마치 2~3년을 쉰 것처럼 길게 느껴졌다. 은퇴를 심각하게 고민했고 우울증도 겪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잠도 잘 수 없었다. TV를 봐도 내용이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다만 2~3개월 전부터 마음이 조금씩 편해졌고 지금은 체중도 늘었다. 쉬는 동안 가족과 보낸 시간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 한다”고 덧붙였다.
문제가 된 약은 트라마돌로, 경기력 유지나 집중력 향상에 영향을 주고 통증을 무디게 해 부상을 인식하지 못한 채 경기를 이어가게 할 위험이 있다.
허인회는 “사전 허가를 받고 복용하면 문제가 없는 약이고, 경기 당일 복용만 금지라고 하더라. 10년 넘게 도핑과 무관하게 선수 생활을 했다. 멘탈이 강해 약물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다. 결국 내 안일한 대처가 문제였다. 1년에 한 번 받는 금지약물 교육을 대충 넘겼던 게 뼈아프다. 그래도 이번 일을 계기로 투어 전체가 경각심을 가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허인회는 마지막 홀에서 볼이 세 차례나 나무를 맞는 불운 끝에 더블보기를 범하며 3오버파를 기록했다.
허인회는 KPGA의 ‘풍운아’다. 일본 투어 최다언더파(-28) 기록을 세웠으나 그해 한 홀에서 계속 물에 빠뜨려 16타를 친 적도 있다. “안전하게 돌아가면 안 됐나”라고 묻자 “인생의 마지막 경기가 아니라면 잘라가지 않는다”라고 했다.
2022년에는 “자동차로 시속 330km, 오토바이로 300km를 달렸으니 골프 드라이버 샷은 두렵지 않다”며 “너무 긴장하지 않아 샷 하기 전 제자리 점프까지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6개월 공백에도 그의 호기는 남아있다. 허인회는 “오늘은 아쉬웠지만 내일은 4언더파를 쳐서 컷을 통과하고 컨디션을 끌어올려 올해 2승을 목표로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광주=성호준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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