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요일 회담서 토마호크 미사일 제공 거부...휴전 제안 즉석 언급
젤렌스키 "침략자에 아무것도 내주지 않을 것…러시아는 장기적 위협"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나 러시아에 영토 일부를 양보할 것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소식통 두 명을 인용해 지난 금요일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토마호크 미사일을 제공하는 것은 거부한 채 영토 일부 양보를 언급해 우크라이나 측에 실망감을 안겼다고 보도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회담 도중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에 자발적으로 영토를 넘길 수 없다"고 밝히자 트럼프 대통령이 즉석에서 휴전 제안을 꺼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이사 양측에 안보 보장을 제공하는 방안을 언급했다는 것이다.
젤렌스키와의 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현재 전선에서의 휴전을 촉구했으며, 젤렌스키 대통령도 이후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이 입장을 받아들였다.
앞서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를 인용해 이번 회동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동부 돈바스 지역 전체를 러시아에 넘기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했으며, 이는 전날 통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제시한 논점을 반복한 것이라고 전했다.
FT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 금요일 백악관서 전쟁을 계속하기 위한 무기 제공을 미국 측에 요청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무기 제공보다는 평화 협상을 성사시키는 데 더 관심이 있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만남 하루 전 이뤄진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푸틴 대통령이 남부 전선 지역인 헤르손과 자포리자 일부를 내주는 대신 현재 우크라이나가 통제하고 있는 돈바스 일부를 요구하는 소규모 교환안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이는 푸틴이 2024년 초 요구했던 돈바스 전체와 남부 헤르손·자포리자까지 거의 2만㎢를 양보하라는 원래 요구안보다는 적은 수준이다.
FT는 또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2주 내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제2차 정상회담을 부다페스트에서 개최하기로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최근 몇 주 동안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로 방향을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됐지만 지난 금요일 회담 내용은 트럼프가 다시 '중재자 역할'로 회귀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한 소식통은 "상황이 꽤 심각했다"고 표현하며 "러시아와 합의하지 않으면 우크라이나는 얼어붙을 것이고, 파괴될 것이라는 게 트럼프의 메시지였다"고 전했다. 그는 또 회담 내내 트럼프가 여러 차례 욕설을 섞어가며 발언했다고 덧붙였다.
두 명의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의 전날 통화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였다고 밝혔고, 소식통 중 한 명은 미국 측이 바로 그 제안을 금요일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측은 현재 보유 중인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일부 지역이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 지역을 포기하면 우크라이나의 나머지 영토가 러시아의 추가 공세에 훨씬 더 취약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19일 밤 젤렌스키 대통령은 영상 연설에서 "우리는 침략자에게 아무것도 내주지 않을 것이며, 아무것도 잊지 않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러시아가 장기적인 위협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 백악관과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이번 보도에 대한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