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제부터인가 과학기술 분야 선거 공약을 덤덤하게 보게 됐다. 이전에도 수많은 대선 과기 공약과 후보자들의 공언이 쏟아져 나왔지만, 그 실천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연구과제 중심제도(PBS) 개선 이슈가 대표적인 과기 분야 '헛말' 단골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후보시절 토론회에서 개선 의지를 표명했으나 그뿐이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18대 대선 후보 시절부터 PBS 개선을 피력했고, 당선 후 나름의 시도도 있었지만 결과가 미약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관련 공약은 취임 후 곧장 자취를 감췄다.
선거 관련은 아니지만 윤 전 대통령 사례는 더 있다. 그는 2022년 8월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도 “기술 혁신을 통해 산업 변화를 선도하고 과학기술 인재를 육성해 반도체·우주·바이오산업의 기반을 튼튼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불과 1년 뒤, 그 발언이 무색하게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사태가 불거졌다. 지금까지 연구 현장에 치유되지 않는 상흔을 남긴 사태이자, 실천되지 않은 말이 얼마나 덧없는지 알려주는 사례다.
이번 대선은 다를까. 후보별 차이는 있지만 아쉽게도 과학 기술 관련 전반적인 공약이 곱게 보이지 않는다.
급작스레 이뤄진 조기 대선에 숙고의 시간이 부족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여물지 않은 공약이라는 인상을 준다. 다양한 약속을 두고 '어떻게'라는 세간의 물음이 뒤따르는 게 이 때문일 것이다. 후보들의 방향성에 실천 가능한 방안을 덧대야 한다.
과학기술이 스미지 않은 분야가 없어진 지 오래다. 후보들이 나름 제시한 과기 발전 복안이 곧 차후 국정 운영 핵심축이 될 수밖에 없다. 그만큼 공약에 숙고가 필요하고, 이후 실천이 담보돼야 한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늦으나마 각 후보들이 실천이 가능한 청사진을 선보이길 바란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