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을 두려워하는 ○○○ 대통령

2025-05-20

재계도 6·3 대통령 선거가 최대 관심사다. 아무래도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촉각을 곤두세운다. 새 대통령을 맞는 희망과 기대로 가득 차면 좋으련만. 기업인을 만나면 하나같은 반응이다. “이재명 대통령, 진짜 괜찮을까요?”

재계의 우려에는 근거가 있다. 그간 이 후보의 행보에서 드러난 반(反)기업 정서 때문이다. 이 후보는 과거 “정유사에 ‘횡재세(windfall tax)’를 물려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이 이익을 많이 냈다는 이유로 세금을 거둔다는 발상이라 논란을 일으켰다.

3월엔 “한국에 엔비디아 같은 회사가 나와 30%가 국민 지분이라면, 굳이 세금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오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사회주의 발상’이란 우려가 나왔다. 이 후보는 이사의 충실 의무를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 노조 파업에 대해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의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 입법에도 진심이다. 재계가 반발하자 “힘 있는 소수의 저항”이라고 일축했다. 그런데도 8일 경제단체와 간담회에선 “경제·산업 문제를 정부가 끌고 가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며 “경제 살리는 일의 중심은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기업인들이 “속을 모르겠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그렇다고 재계가 딱히 보수 후보를 대통령으로 반기는 것도 아니다. 10대 그룹 김모(58) 부사장의 ‘보수 정부 관찰기’다.

“기업가 출신 이명박 대통령은 ‘기름값이 묘하다’며 정유사를 압박하는 식이었다. 아는 사람이 더 했다. 박근혜 대통령 때는 정부 역점 사업이라며 지역 곳곳에 대기업을 동원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만드느라 바빴다. 결과는 보다시피다. 윤석열 정부 때는 대통령 따라 회장님을 모시고 해외 순방, ‘떡볶이 먹방(먹는 방송)’ 다닌 기억뿐이다.”

우스갯소리로 ‘보수 정부는 기업을 불러다 이것저것 시키는 대신 민원을 들어준다. 진보 정부는 기업을 부르지 않고 조용히 규제를 만든다’는 얘기가 있다. 최악(진보 정부)보다 차악(보수 정부)이 낫다는 정도다.

안팎으로 위기인 기업은 죽을 맛이다. 한가하게 친기업·반기업 따질 때가 아니라서다. 대통령과 기업이 한 몸으로 뛰어도 모자랄 판이다. 파면으로 퇴색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자칭한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은 마땅한 다짐이었다. “기업이 쓰러지면, 나라도 무너진다”는 위기감으로 무장한 대통령이 나왔으면 한다. 기업이 두려워하기보다, 기업을 두려워하는.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