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해제 당일 오후 통화 내용 진술
“경찰·소방 칭찬했다”고 주장
“비상계엄 전 만류 의사 전달”
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당시 경찰 지휘부에 “덕분에 계엄이 빨리 해제되고 유혈사태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칭찬을 했다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헌법재판소에서 증언했다. 비상계엄 선포가 ‘경고성’이었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윤 대통령 주장과 상통하는 진술이다.
이 전 장관은 11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나와 비상계엄 선포 전후 상황과 윤 대통령의 지시 등에 대해 진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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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이 전 장관은 비상계엄 선포 이튿날인 12월4일 오후 1시쯤 윤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나눈 통화 내용을 진술했다. 이 전 장관은 당시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묻는 말에 “(대통령에게) 계엄을 신속하게 해제하신 것은 정말 잘하신 것 같습니다’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 말을 들은 윤 대통령은 “그렇지 않아도 좀 전에 서울청장인지 경찰청장인지와 통화했는데, 신속하게 국회의원을 (국회에) 출입시켜 계엄이 빨리 해제되고 그 덕에 유혈사태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칭찬했다”고 말했다는 게 이 전 장관 주장이다.
40여분 뒤에는 윤 대통령이 이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한 소회를 말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당시 ‘정말 절박했다. 탄핵 때문에 도저히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었다’는 취지로 말한 게 맞느냐는 질문에 이 전 장관은 “맞는다. 그렇게 말하면서 ‘내란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참 황당하다’ 이런 말씀도 하셨다”고 전했다.
이동찬 변호사(윤석열 대통령 측)
계엄 해제 이후의 대통령과 통화에 대해 여쭙겠습니다. 증인은 2024년 12월4일 13시06분경 대통령에게 전화하신 적 있으시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네, 있습니다.
이동찬
당시 증인은 대통령에게 어떤 이야기 하셨나요?
이상민
‘대통령님, 계엄을 신속하게 해제하신 것은 정말 잘하신 것 같습니다’라고 했더니, 대통령께서 ‘그래 말이야. 그렇지 않아도 좀 전에 서울청장인지 경찰청장인지와 통화했는데, 신속하게 의원들을 (국회에) 출입을 시켜서, 신속히 진행해서 계엄이 빨리 해제되고, 그 덕에 최악의 경우(인) 유혈사태도 일어나지 않고 잘 해결된 것 같다. 그래서 서울청장인지 경찰청장인지를 잘했다고 칭찬해 줬다’ 이런 취지의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동찬
그리고 같은 날 13시45분경 이번에는 대통령이 증인에게 전화하셨죠? 그때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된 소회를 말하면서 했던 이야기 기억납니까?
이상민
그때는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좀 전에 전화했을 때 하고 비슷한 취지의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동찬
(대통령이) ‘정말 절박했다. 탄핵 때문에 도저히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었다’라고 말씀하셨죠?
이상민
네, 그렇게 말하면서 ‘내란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참 황당하다’ 이런 말씀도 하셨다는 것 같습니다.
이 전 장관은 계엄 선포 전 윤 대통령에게 만류 의사를 전달했다고도 증언했다. 비상계엄 당일인 12월3일 오후 8시40분쯤 집무실에서 윤 대통령이 ‘계엄이 길지 않을 것이다. 탄핵 때문에 도저히 안 되겠다’고 말했느냐 질문엔 “그렇다. 표현상 차이인데 길지 않을 것이라고 한 게 아니라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한 것 같다”고 답했다.
이 전 장관은 윤 대통령에게 직접 계엄을 만류하는 의사를 전달했고, 한덕수 국무총리도 두세번 집무실에 들어가 윤 대통령과 얘기했다고 증언했다.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찬성·반대를 명확히 밝힌 국무위원은 없었지만, 전반적으로 우려를 전달했다고도 했다.
그는 “비상계엄이 위헌·위법이라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45년 만에 비상계엄이 선포된다면 국민이 이걸 받아들일 수 있을지, 외교·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클지, 추후 야당의 공세를 막아낼 수 있을지에 상당히 걱정했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경제·외교의 영향과 정무적 부담을 다 안다. 신중히 생각했다. 하지만 대통령과 국무위원의 상황인식과 위기감, 책임감은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는 게 이 전 장관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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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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