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와치] 탈모 급여 年 25만명…"노화·유전성 포함땐 재정 악화"

2025-12-17

이재명 대통령이 이달 16일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요즘 생존의 문제”라며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후 후폭풍이 거세다. 20대 대선 당시 공약으로 제시했던 정책을 다시 꺼내든 것으로,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론이 적지 않다. 더욱이 대통령이 함께 지시한 비만 치료제까지 건보를 적용할 경우 건보 재정 건전성이 악화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대통령의 즉흥적인 지시로 암 등 중증질환보다 탈모 우선순위를 높이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7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4년 탈모 진료를 위해 의료기관을 찾은 환자는 23만 7617명으로 2015년 20만 8601명에서 10년새 약 13.9% 늘었다. 이 기간 탈모 환자의 총진료비는 약 247억 원에서 456억 원으로 무려 84.6% 증가했다. 이는 현재 급여가 적용되는 자가면역질환인 원형탈모, 지루성 피부염 등 병적 탈모 환자 수다. 노화나 유전적 요인으로 인한 탈모, 미용 목적상 치료를 받은 경우는 비급여로 분류돼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다. 의료계나 관련업계에서는 의료기관을 찾지 않는 환자나 잠재적 질환자까지 포함하면 탈모 인구가 1000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병적 탈모 환자들은 2024년 기준 탈모 관련 총진료비 456억 원 중 3분의 1가량을 부담했다. 연령별 진료 환자 수를 반영해 본인 부담금을 따져보면 50대가 약 6만 8000원으로 가장 높았고 40대(6만 5000원)와 30대·60대(6만 4000원) 순이었다. 성별로는 남성의 본인 부담금이 약 83억 원으로 여성(69억 원)보다 21.6%가량 높았다. 국내에서는 ‘피나스테리드’ 또는 ‘두타스테리드’ 성분의 탈모 치료제가 주로 처방된다. 여기에 탈모 방지 관련 식품이나 건강기능식품, 의약외품, 의료기기 등에 지출하는 비용을 감안하면 사회 활동이 왕성한 청·장년층, 특히 남성의 비용 부담이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현재 보건당국은 류마티스 관절염, 만성 중증 아토피 피부염 등 자가면역질환 치료에 쓰이던 JAK 억제제의 중증 원형탈모에 대한 급여 확대를 검토 중이다. 이들 약제는 탈모를 면역 이상에 따른 질환으로 보고 치료하는 접근법을 취한다. 국내에서는 한국릴리의 ‘올루미언트(성분명 바리시티닙)’, 화이자의 ‘리트풀로(성분명 리틀레시티닙)’ 2가지가 중증 원형탈모에 처방 가능하다. JAK 억제제로는 두 약 모두 비급여여서 1개월 기준 약 60만 원을 환자가 전액 부담해야 해 혜택을 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이들 약제의 급여 확대 시 추가 청구액이 15억 원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돼, 재정 영향에 대해 추가 검토를 진행 중이다. 다만 제약사들은 약제에 급여혜택이 적용되면 처방대상이 확대되는 만큼 약가를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 기존에 건보 혜택을 받던 탈모 환자들도 약값이 떨어지니 본인 부담금이 낮아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문제는 저출산·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가운데 건보의 보장성을 과도하게 확대하면 건보 재정의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올 4월 급여비 증가 등에 따라 건보 재정이 내년에 적자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 역시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유전적 탈모에도 건강보험을 적용하면 건보 재정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며 탈모·비만 치료제의 건보 적용 시 재정 영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회적 반대의 뜻을 담아 우려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 하에서 탈모를 우선적으로 급여화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탈모 치료제 급여화에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하기보다는 암 등 중증 질환 급여화를 우선 추진하는 것이 건강보험 원칙에 부합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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