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부처 장관실 밀집한 ‘내각 건물’
젤렌스키 “푸틴은 무자비한 범죄자”
러시아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후 3년여 만에 처음으로 수도 키이우에 있는 정부종합청사 건물을 공습한 가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를 “무자비한(ruthless) 공격”이라고 부르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맹비난했다.

7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따르면 전날 공습 피해가 발생한 장소는 키이우 시내 중심가에 자리한 정부종합청사 건물이다. 우리로 치면 서울 종로구 세종로에 있는 정부서울청사에 해당한다. 개전 이후 러시아군은 드론(무인기)과 미사일을 동원해 키이우를 수시로 타격했으나, 정부종합청사를 표적으로 삼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러시아군이 발사한 드론과 미사일 수가 워낙 많기도 했지만, 수도 중심가를 공습으로부터 지켜야 할 우크라이나군의 방공망이 그만큼 취약하다는 얘기도 될 수 있다.
공격을 받은 정부종합청사는 내각 구성원들이 회합하는 국무회의실을 비롯해 주요 부처 장관들 집무실이 밀집해 이른바 ‘내각 건물’(cabinet of ministers building)로 불린다고 BBC는 소개했다. 다만 이번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각료 등 정부 핵심 인사가 다치거나 하는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7월 취임한 율리아 스비리덴코 총리는 “정부종합청사 건물의 지붕과 상층부가 손상되고 화재가 발생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젤렌스키는 지난 3일 푸틴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양국 대표가 모스크바에서 만나 평화 협상을 하자”고 제안한 직후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점에서 격분한 기색이 역력하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에서 “러시아가 요구하는 진정한 외교는 이미 오래 전에 시작될 수 있었다”며 “그런데도 지금에 와서 이러한 살인을 저지르는 것은 의도적인 범죄이자 전쟁을 연장하려는 시도일 뿐”이라고 규탄했다. 푸틴이 겉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화 제의에 응하는 등 평화에 관심이 있는 척하지만 이는 거짓에 불과하며, 러시아의 진짜 의도는 전쟁 지속을 통한 더 많은 우크라이나 영토 점령이란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젤렌스키는 이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서방 국가들을 향해 “러시아의 공격을 중단시키려면 더 강력한 정치적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번 러시아의 드론 공습으로 키이우에 있는 우크라이나 축구 스타 게오르기 수다코프(23)의 아파트도 크게 파괴된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대표팀 미드필더인 수다코프는 현재 2026년 북중미 월드컵 본선 진출 티켓 확보를 위한 유럽 지역 출전 때문에 해외 출장 중이다. 아파트에는 수다코프의 부인과 자녀가 거주하고 있었으나, 부상 등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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