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야구 LG 트윈스 마무리 유영찬(28)이 2년 연속 20세이브 고지에 올랐다. 지난 2023년 통합 우승 이후 2년 만에 왕좌 탈환에 나선 LG의 자신감을 더욱 끌어올리는 ‘특급 무기’로 자리매김했다.
유영찬은 지난 2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잠실 홈경기에서 3-0으로 앞선 9회 마운드에 올랐다. 제구력 난조로 2실점했지만,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승부한 끝에 3-2 한 점 차 승리를 지켜내며 지난해에 이어 두 시즌 연속 20세이브 고지에 등정했다. 고우석(27·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이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기 위해 떠난 이후 LG 불펜의 수호신 역할을 물려 받아 성공적으로 수행 중이다.
유영찬은 지난해 말 팔꿈치 뼛조각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은 뒤 지난 5월말 1군에 복귀했다. 선수단에 합류하자마자 곧장 마무리 보직을 부여 받아 올 시즌 33경기(3일 현재) 2승2패 평균자책점 2.57을 기록 중이다. 특히나 8월 한 달 간 13경기에서 1승1패 9세이브 평균자책점 0.64로 맹활약하며 ‘언터처블’의 위용을 뽐냈다. 같은 기간 14이닝을 소화하며 19명의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 세웠다. 소속팀 LG 또한 뒷문을 꽁꽁 걸어 잠그는 유영찬의 쾌투를 앞세워 단독 선두를 굳혔다. 팀 동료 앤더스 톨허스트, 양의지(두산), 기예르모 에레디아(SSG), 송성문(키움) 등과 함께 KBO리그 8월 MVP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유영찬은 내야수 신민재(29)와 더불어 ‘염경엽 감독이 빚은 성공작’으로 꼽힌다. 2020시즌을 앞두고 신인 드래프트 전체 43순위로 LG 유니폼을 입을 때만 해도 이렇다 할 주목을 받지 못 했다. 2군을 전전하다 염 감독 부임 이후 1군 출전 기회를 얻어 핵심 멤버로 발돋움했다. 지난해 7승5패 26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2.97로 생애 첫 20세이브 고지에 올랐다.
주 무기는 평균 시속 148.7㎞의 돌직구다. 하지만 승부처에선 날카롭게 휘어지는 슬라이더로 아웃 카운트를 잡아낸다. 슬라이더를 던질 때 팔의 궤적이 직구와 거의 흡사하기 때문에 타자들이 구질과 궤적을 파악하는 데 혼란을 겪는다. 간간히 섞어 던지는 포크볼은 완전히 다른 궤적으로 타자들의 눈을 현혹한다.
올 시즌은 기량에 더해 노련미와 자신감도 한층 좋아졌다는 평가다. 야구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유영찬의 올해 리드 수성률은 95.2%에 달한다. 팀이 단 한 점이라도 앞선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르면 10번 중 9.5번은 승리를 지켜낸다는 의미다. 스승의 믿음도 확고하다. 유영찬에 대해 “(불펜진에서) 내가 가진 카드 중 가장 센 카드”라 칭찬한 염경엽 감독은 “피로도가 쌓이지 않을 땐 아웃 카운트 4개를 믿고 맡긴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이어 “8월 MVP 후보 중 내 선택은 유영찬이다. 마무리로서 어려운 경기들을 막아내지 못했다면 지난달 좋은 흐름을 이어갈 수 없었을 것”이라고 힘을 실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