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배 “尹 탄핵 선고, 늦지 않았다 생각…만장일치 표결은 한 번에”

2025-06-23

“완벽한 결정 하고 싶었다…정당성 높이는 것 중요”

“만장일치 아니면 국민 설득 어려울 것이라 생각”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23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와 관련해 “저희(헌법재판관들)는 완벽한 결정을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예상보다 선고가 늦어졌다는 시각에 대해서도 “국민이 생각할 때는 (선고가) 늦다고 할 수 있지만 우리는 늦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문 전 대행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헌재에서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까지 상당히 오래 걸렸던 것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에 “결정의 정당성을 높이는 게 중요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전 대행은 “중요 사건의 경우 피청구인이 제기하는 쟁점이 10개 이상이라고 가정하면 인용론, 기각론 2개를 쓴다. 그러면 20개가 되는데 인용론에도 ‘가’를 근거로 할 수도 있고 ‘나’를 근거로 할 수 있다. 2개만 잡으면 40개가 된다”며 “이 40개를 최종적으로 인용, 기각으로 압축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2개로 압축을 해야 하지 않나. 그게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윤 전 대통령 측에서 제기했던 문제를 놓고 하나씩 기각과 인용 두 개의 의견을 쓰고, 재판관들끼리 일일이 토의하는 과정을 거쳤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문 전 대행은 “결정문을 보시면 다 고민의 흔적이 나와 있다. 그리고 문구 하나하나까지 독해해서 확정을 지었다”고 말했다.

문 전 대행은 헌법재판관 8명의 만장일치를 이루기 위해 노력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어떤 사람은 이렇게 생각하고, 어떤 사람은 저렇게 생각한다는 게 결정문에 드러나면 그 결정을 가지고 국민을 설득할 수 있겠나. 저는 힘들다고 봤다”며 “만장일치를 이루는 게 좋고, 그러려면 많은 토론이 있어야 한다. 자연스러운 경과로 시간이 걸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전 대행은 최종 인용론, 최종 기각론을 놓고 표결은 한 차례만 이뤄졌다고 했다. 선고가 예상보다 늦어지자 3월 말 ‘5 대 3’으로 갈렸다는 보도가 나온 것에 대해서도 “추론이라고 생각한다”며 “표결은 한 번에 했다. 이게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윤 전 대통령 탄핵 결정문은 명료하고 쉽게 쓰여 호평을 받았다. 이 결정문을 주심 재판관인 정형식 재판관이 제일 많이 썼다고 문 전 대행은 설명했다.

그는 “문구 하나 하나에 대해 토론하고 확정 지었다”며 “탄핵 결정문엔 재판관 8명의 영혼과 땀이 서려 있다”고 말했다.

특히 문 전 대행은 결정문에 ‘국회가 신속하게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시민들의 저항과 군경의 소극적인 임무 수행 덕분이다’는 내용이 담긴 것에 대해선 “재판관 사이에 어떠한 이견도 없어 처음에 확정됐다”고 회상했다.

그는 “피청구인은 애당초 비상계엄을 오래 끌고 갈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파면은 안 된다고 주장했다”며 “그런데 시민들이 저항하지 않았더라면, 군경이 적극적으로 임무 수행을 했더라면 비상계엄 해제가 쉽지 않았을 거라고 봤다. 그런 뜻으로 썼다”고 말했다.

구윤모 기자 iamky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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