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요일인 지난달 31일 미국 워싱턴DC 인근 알렉산드리아의 현대차 딜러숍에는 오후까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3일부터 수입차에 25% 관세가 부과돼 가격이 오르기 전에 미리 차를 사기 위해서다.
현대차의 산타크루즈를 살 계획이라고 밝힌 샘 앨버트는 “포드와 현대의 픽업트럭을 비교해 왔다”며 “관세 때문에 현대차의 가격 변동 폭이 더 커질 것 같아 급하게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차도 대부분 수입 부품으로 만들기 때문에 결국 다 오르게 될 것”이라며 “포드도 현대만큼 비싸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관세 때문에 미국차가 잘 팔릴 일은 없을 것 같다”고 했다.
팰리세이드 차량 시운전을 한 마이클 밀러는 “관세 때문에 당장 차값이 오르는 것은 당연하고, 이후엔 부품 등의 해외 공급이 줄어들면서 가격은 더 상승할 수밖에 없다”며 “같은 차가 하루아침에 갑자기 25% 이상 비싸진다는 것은 경제학 교과서에 없는 미친 짓”이라고 했다.
현대차 세일즈 매니저 스티브 추는 “트럼프 대통령의 자동차 관세 발표 직후부터 급하게 차를 사려는 고객들이 한꺼번에 몰렸다”고 말했다.
인근 일본의 혼다와 닛산 딜러숍에도 상담 테이블이 꽉 찰 정도로 차량 구입을 서두르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익명을 요구한 일본 업체 딜러는 “본사에서도 가격 변동에 따른 명확한 판단이나 입장을 일선 딜러숍으로 내려보내지 못하고 있다”며 “관세가 트럼프에 의해 즉흥적으로 발표되고 있기 때문에 미국 정부의 정책이 또 언제 어떻게 바뀔지조차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신차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이어지면서 시장의 충격은 도미노처럼 중고차 시장까지 흔들고 있다.
버지니아주 중고차 판매회사 이스턴스의 딜러인 로리 프레지던트는 “연쇄적인 자동차 가격 인상 가능성 때문에 중고차 시장까지 상당히 바빠졌다”며 “특히 중고차 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현대와 기아, 일본의 토요타와 혼다 차량 등 관세에 직접 노출되는 차량에 대한 문의가 많다”고 전했다. 서둘러 차를 사러 나왔다는 니컬러스 오스카 벨은 “역사적으로도 스스로를 고립시켜 성공한 나라는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미국인의 필수품인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에 따른 이러한 부정적 기류는 여론조사 결과에도 반영되고 있다. AP통신이 이날 공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대한 부정 여론은 58%, 관세를 포함한 무역과 협상 분야의 부정 여론은 60%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