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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의 나라’ 日 스크롤로 접수
웹툰 필살기로 시즌2 연 K플랫폼
지난 11일 일본 도쿄 시부야 라인 프렌즈 스퀘어. 한국 웹툰 ‘입학용병’ 팝업 스토어가 열린 이곳에 일본 팬 수백명이 몰렸다. 스토어에서 만난 한 대학생 만화 팬은 작품 주인공의 학생증과 직원증 등 카드를 여러 장 사면서 “보자마자 ‘무조건 사야 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7일 개장한 이 스토어에는 한 번에 7만 엔(약 66만원)어치를 구매하는 팬부터, 멀리 떨어진 오사카·시즈오카에서 원정 온 팬까지 다양한 이들이 방문했다.
한국산 웹툰이 철옹성 같았던 일본 만화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출판 만화 중심 일본시장에 웹툰이란 새 장르로 뿌리를 내렸고, 이제 애니메이션 등으로 지식재산(IP)을 확산하는 시즌 2로 넘어가고 있다. 도쿄에서 기업체를 운영하는 이요한(44)씨는 “일본 사람들에게 망가(漫画·만화)는 옆으로 한 장 씩 넘겨보는 책 개념이었는데, 스마트폰에선 망가를 스크롤해서 내려볼 수도 있다는 혁신을 알려준게 한국 플랫폼”이라며 “한국 콘텐트가 이젠 메이저리그로 올라선 걸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웹툰, 어떻게 일본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웠을까. 가로로만 읽던 망가를 세로 스크롤로 바꾼 K웹툰의 필살기는? 라인망가부터 픽코마까지 일본 시장에서 직접 확인한 한국 만화 플랫폼의 경쟁력 뜯어보기, 스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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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K웹툰, 日 상륙작전 10년
망가의 나라 일본에 한국산 만화 플랫폼이 진출한지 10여년. 일본 만화 플랫폼 역사는 한국 만화 플랫폼 일본 진출의 역사와 정확히 궤를 같이한다. 라인망가(네이버웹툰)와 픽코마(카카오)의 일본 내 누적 다운로드 건수는 9500만건 이상. 이들은 ‘맨 땅에 헤딩’하며 존재감을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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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척자, 라인망가: 국내 IT 기업이 일본에서 만화 중심 플랫폼 사업을 시작한 건 2013년 4월의 일. 당시 글로벌 메신저 앱 라인으로 일본에 안착한 네이버가 만화 서비스 앱 ‘라인망가’를 출시했다. 처음엔 일본 만화를 전자책(ePub) 형태로 만들어 모바일로 유통하는 ‘모바일 만화 오픈마켓’ 형태였다. 네이버는 일본 최대 출판사인 코단샤 및 쇼가쿠칸과 업무제휴를 맺어 콘텐트를 공급받으며 플랫폼을 키웠다. 출시 2년째가 됐을 때 50곳 이상 출판사 만화 8만 900개와 웹소설 6000개 등 총 약 9만 5000개 작품을 서비스하게 됐다. NHN도 비슷한 시기 만화 플랫폼 ‘코미코’를 일본에 출시했다.
추격자, 픽코마: 카카오는 2016년 4월 만화 플랫폼 픽코마로 일본시장에 진출했다. 당시 만나는 출판사마다 “너무 늦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스마툰’이라고 부른 모바일 웹툰을 앞세워 빠르게 성장했다. 단행본 만화 한 권을 에피소드에 따라 ‘1화, 2화…’로 분절해 제공하는 ‘화(話) 분절’ 서비스, 일정 시간을 기다리면 1개 회차를 무료로 보게 해주는 ‘기다리면 무료(待てば0¥·마떼바제로엔)’ 등 한국 웹툰의 유료화 문법을 적극 접목했다. 이후 한국시장에서 검증된 ‘이태원 클라쓰’, ‘사내맞선’, ‘나 혼자만 레벨업’ 같은 수퍼 IP를 일본에 유통하기 시작했고 초고속 성장이 이어졌다. 2020년엔 팬데믹이 겹치면서 거래금액이 전년 대비 180.4% 성장했다. 당시 픽코마 웹툰 작품의 약 79%가 한국 IP였다. 픽코마는 2023년과 2024년 일본 양대 앱 마켓에서 2년 연속 매출 1위(데이터닷에이아이 집계)를 차지했다. 신종환 카카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13일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픽코마의 2024년 연간 거래액은 (2023년에 이어) 1000억엔(약 9480억원)을 다시 한번 돌파했다. 심화되고 있는 경쟁 환경 속에서도 플랫폼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역전, 재역전: 픽코마의 성장세를 지켜본 라인망가는 2021년 플랫폼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라인망가 운영사 라인디지털프론티어(LDF) 김신배 대표는 “우리 플랫폼 단행본 독자들이 웹툰 연재형 작품까지 읽을 수 있게 제품을 개편했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인당 열람 작품 수와 유료 결제액이 크게 늘었다. 2024년 5월 픽코마를 제치고 양대 앱마켓 매출 1위에 올랐고, 2024년 하반기에도 매출 1위를 차지했다. LDF에 따르면 라인망가의 앱 마켓 점유율은 지난해 1월 31%에서 올해 1월 51%로 뛰어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