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과 탄핵 국면에서 집회 가요로 부활한 ‘다시 만난 세계’는 걸그룹 소녀시대의 데뷔곡이다. 소녀시대는 굽네치킨의 초기 모델로 활동하며 브랜드를 알리는데 상당한 공헌을 했다. 그런데 이 회사가 탄핵 촉구 세력의 불매운동 대상에 올랐다. 창업주가 홍철호 정무수석의 형이라는 사실이 재조명되면서다. 일부 군인들이 탄핵을 모의한 것으로 알려진 롯데리아에는 ‘네란 버거’ ‘계엄 세트’는 없냐는 조롱 글이 쏟아진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처가인 푸르밀 등도 애꿎은 유탄을 맞았다.
탄핵에 반대하는 쪽에선 주로 연예인을 표적 삼았다. 국밥과 커피·떡·핫팩 등을 선결제한 가수 아이유(사진)를 괴롭히기 위해 미국 중앙정보국(CIA)에 신고하는 요령과 인증샷까지 나돈다. 탄핵 찬성 발언을 했거나 선결제에 참여한 연예인 얼굴이 촘촘히 박힌 포스터가 온라인을 떠돌고 있다. 이들을 광고모델로 쓴 기업들도 불똥이 튈까 좌불안석이다.
불매운동은 소비자들의 조직적인 대응으로 기업의 행동 변경을 유도하는 운동이다. 나이키가 해외 하청공장에서 아동 노동착취를 했다는 이유로 불매운동 대상이 되자 서둘러 작업환경 개선에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반면 현재 벌어지는 연좌제식 불매운동은 다른 차원이다. 시민들의 분노를 클릭으로 유도하기 위한 ‘어그로(낚시질)’ 성격이 짙다.
지난 18일 새벽, 서울 서대문구의 지역 시민단체 회원들이 충암고를 찾아가 풀빵을 구워줬다. 충암고 인맥을 중심으로 한 계엄 사태 이후 애꿎은 피해를 보고 있는 재학생들에게 “학생들이 무슨 죄”냐며 풀빵과 위로를 건넸다. 이런 엉뚱한 피해가 다시 발생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