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정부가 금융당국 조직개편의 일환으로 금융감독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고, 금융소비자보호처를 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떼어내는 계획을 깜짝 발표하면서, 내부 직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 직원 수백여명은 이날 오전 본원 로비에서 공공기관 지정과 금소원 분리를 담은 정부의 조직개편안 규탄 집회를 열었다. 직원들은 '금융소비자보호원 분리 및 공공기관 지정 철회'를 요구하며 피켓 시위를 벌였다. 2층에는 근조기도 설치됐다. 직원들은 전날에도 출근하는 이찬진 원장을 타깃해 검은 옷을 입고 1층 로비에 모여 출근 전 집회를 벌였는데, 전체 인원의 30%에 달하는 약 700명이 모였다는 후문이다. 이는 금감원 설립 이후 최대 규모의 집회다.

정부는 지난 7일 금융위의 금융정책 기능을 분리해 재정경제부로 이관하고, 금융위를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로 재편하는 조직개편안을 발표했다. 이와 더불어 금감원에서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을 분리·신설한 뒤 두 기관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는 내용도 담았다.
이창규 행정안전부 조직국장은 "지금까지 금감원이 하는 역할에 비해 외부의 민주적인 통제가 많이 이뤄지지 않았는데 공공기관 지정이 되면 경영, 재정 등 여러 부분에 평가를 받아 민주적 통제가 확실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는 금융기관을 상대로 검사 권한을 가진 금감원에 외부 통제가 더 필요하다는 시각이 반영된 것이다. 금감원은 무자본 특수법인 형태의 민간 조직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 2007년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 대비 통제 수위가 낮은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됐다가, 2009년 기관 특성을 고려해 지정이 해제된 바 있다.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 논란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2017년에도 금감원 내부 채용 비리와 방만 경영 등의 문제로 공공기관 재지정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하지만 당시 정부가 △채용 비리 근절 △공공기관 수준의 경영 공시 △엄격한 경영 평가 △비효율적 조직 운영 문제 해소 등을 내걸어 공공기관 지정을 유보했다.
정부의 일방통행 조직개편에 반발해 금감원 직원들은 총파업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이날 중 비대위원 구성을 마무리하고, 파업 투표 등도 순차적으로 진행한다는 구상이다. 이에 따라 이르면 다음 주중 금감원 노조 파업 여부가 가려질 전망이다. 노조는 오는 12일까지 매일 오전 로비에서 반대 시위를 이어가고 이후에는 장소를 옮겨 집회를 열 계획이다.
한편 금감원이 내년 1월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재경부 소속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의 공공기관 운영 지침을 따르게 된다. 매년 정부의 경영 평가를 받게 되는 것인데, 지침에 따라 예산, 인사, 경비 등을 운용해야 한다. 지침을 따르지 않을 시 페널티를 받을 수도 있는데, 이렇게 되면 만성적인 문제로 꼽히는 급여 및 국내외 연수 등 직원 처우 개선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금감원 전체 임직원의 약 47%는 변호사, 공인회계사, 보험계리사, 박사 등 전문 인력인데, 조직개편에 반발해 퇴사행렬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아울러 금감원이 공기업이나 준정부기관으로 지정되면 이사회 구성 의무가 생기는 등 지배구조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진다. 기관 분류는 내년 1월 열리는 공운위에서 결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