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노벨화학상의 영예는 금속 유기 골격체(Metal Organic Framework·MOF)라는 분자 구조를 개발한 기타가와 스스무 일본 교토대 교수, 리처드 롭슨 호주 멜버른대 교수, 오마르 M. 야기 미국 UC버클리대 교수 등 3인에 돌아갔다. 이 가운데 스스무 교수는 1990년대부터 금속이나 화합물 구조가 아닌 빈 공간, 즉 구멍의 ‘쓸모’에 천착해 연구를 해온 과학자로 알려져 있다.
8일 일본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스스무 교수는 2013년 6월 이 신문과 인터뷰하며 그가 MOF 연구에 천착하게 된 계기를 소개했다. 스스무 교수가 1990년대 일본 긴키대 조교수였던 시절, 그는 금속·유기물로 만들어진 화합물의 구조를 알아내려 컴퓨터를 통한 모델링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하루는 컴퓨터가 작업을 끝날 때까지 기다리기 지루해 한 학생에 ‘화합물 구조를 종이에 그림으로 그려보라’고 했고, 이 학생은 ‘무한 구조에 구멍이 뚫려 있다’는 말을 남겼다. 순간 스스무 교수는 흥미로움을 느꼈다고 한다. 화합물 구조 본체가 아니라 구멍 쪽이 쓸모가 있을 것이라는 직감을 느낀 것이다. 이후 1996년, 스스무교수는 일본의 도시가스 사업자 오사카 가스의 제안으로 화합물 구조 구멍에 메탄 가스를 넣은 뒤 이를 빼내는 연구에 착수하게 되고 결국 성공을 거두게 된다. 스스무 교수는 “중국 고전 ‘장자(莊子)’에 ‘쓸모없는 것의 쓸모’라는 말이 있듯, 지금껏 쓸모없다고 여겨졌던 구멍의 공간은 사실은 큰 역할을 하고 있었다”며 “구조에만 관심이 쏠리던 시대에 그곳에 주목할 수 있었던 것은 큰 의미”라고 회고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이날 MOF가 특수한 구조를 활용해 목표한 기체를 넣었다 뺄 수 있어 천연가스 저장이나 온실가스 분리 등 다양한 분야로의 응용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니혼게이자이는 스스무 교수가 개발한 MOF를 기반으로 자국을 포함해 미국이나 유럽에서 실용화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