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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남자 배우에게 군 복무는 분수령이자 전환점이다. 10대 또는 20대 초반에 데뷔해 10년 정도의 시간을 보낸 후 군 생활을 하고 나면 어느새 30대 배우가 돼 있다. 10년 정도의 시간이 배우로서 경험을 쌓아가는 시간이라면, 군 복무 시절을 지난 ‘예비역’ 시절은 그 고민과 경험을 연기로 승화하는 시간이다.
배우 서강준이 딱 이러한 분수령을 지나고 있다. 2013년 그룹 서프라이즈의 멤버로 웹 드라마 ‘방과 후 복불복’으로 데뷔한 서강준은 딱 8년 후인 2021년 11월 입대했고, 2023년 전역해 지난해 복귀작을 촬영했다. 그의 나이도 어느덧 만으로 31세. 한껏 영근 배우로서의 결과물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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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외면과 내면은 같이 영글었다. 원래부터 탄탄했던 몸은 군 복무 중 운동으로 더욱 단단해졌다. 부드러웠던 인상은 한결 날렵해졌다. 게다가 거의 10살 이상 어린 역인 고등학생을 연기해야 하는 부분도 어려워 보이지 않았다. 외모로는 나무랄 데가 없었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의 내면이었다. 2021년 11월 입대한 그는 2023년 5월 전역했다. 곧바로 복귀에 고삐를 잡지 않고, 지난해 상반기 ‘언더커버 하이스쿨’로의 복귀를 결정했고 차근차근 작품에 몰두한 후 오는 21일 그 결과물을 공개한다. 그는 군 복무기간 동안 연기를 해야 했던 이유에 대해 더욱 깊이 고민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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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준은 20일 서울 상암동 MBC 골든마우스홀에서 열린 새 금토극 ‘언더커버 하이스쿨’의 제작발표회에 참석했다. 그의 공식석상은 2021년 11월23일 입대 이후 약 3년3개월 만이었다. 공개된 작품을 기준으로하면 2022년 공개된 디즈니플러스의 ‘그리드’ 이후 약 3년 만이다.
오랜만에 공식석상에 등장한 서강준은 신식 제작발표회의 문화에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여 웃음을 줬다. 각종 ‘하트’가 난무하는 포즈부터, ‘혐관’(혐오관계·서로 싫어하는 극 중 관계)이란 신조어에도 어리둥절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빠르게 새로운 분위기를 흡수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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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극 중 국가정보원의 정예요원으로 고종 황제의 보물이 유출될 우려에 처하자 유명 사립고에 고등학생으로 잠입하는 정해성 역을 연기했다. 그는 처음 국정원 요원으로서의 과제에 충실하려 하지만, 조금씩 학교 친구들에게 동화하게 되고 학교의 비리를 밝히는 정의의 해결사로서 자리매김한다.
요원으로는 훌륭하지만, 학생으로는 어리바리한 모습이 웃음을 주고, 각종 과제를 해결하는 액션, 첫사랑이자 선생님으로 만난 오수아(진기주)와의 인연이 로맨스의 느낌으로 펼쳐진다. 또한 학교의 이사장 서명주 역 김신록과는 스릴러 코드로 대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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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준은 “교복을 입으면서 ‘정말 입어도 되는 걸까’ 고민하기도 했지만, 드라마 속에서도 성인이니까 창피해하지 말자고 생각했다”며, 상의를 벗는 장면에서도 “군에서 운동을 많이 했다. 그런 장면이 오면 자연스럽게 찍자고 생각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작품에 코믹과 로맨스, 범죄 등 많은 장르가 있는데, 절묘하게 섞여있는 작품이라 택했고, 숨어있는 메시지가 있어 생각하게 해줄 수 있는 작품이었다”고 덧붙였다.
서강준은 1년6개월 정도의 군 생활을 돌아보며 “억겁의 시간처럼 느껴지긴 했지만, 굉장히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내가 어떤 배우인지, 왜 하고 싶은지도 생각해봤다. 돌아보면 모든 작품이나 행보가 만족스럽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후회는 없다고 생각했다”며 “이번 작품에 있어서도 어떤 결과가 있든 촬영하며 후회 없이 임하자고 생각했다”며 한층 성숙해진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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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을 맡은 최정인PD 역시 “캐스팅됐을 때보다는 되고 나서 발견한 부분이 더 많다. 우선 잘생긴 외모가 그것이며, 진솔한 매력도 있었다. 인물이 가진 솔직한 매력과 잘 맞았고, 연기에 반영이 됐다고 생각했다. 진정성이 연기 디테일에 묻어난다고 생각하는데 순간적으로 그 인생을 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공을 들여 복귀작을 고른 서강준은 장르의 백화점인 ‘언더커버 하이스쿨’을 선보이고 본격적으로 차기작 행보에 들어갈 예정이다. 12년의 연기생활이었지만, 서강준하면 떠오를 수 있는 대표작에 있어서는 다소 아쉬운 결과를 내기도 했던 시간이었기에 이번 작품에 임하는 각오는 한층 결연하다.
단단하고 부드러워져 돌아온 서강준, 그의 새로운 모습은 오는 21일부터 매주 금, 토요일 오후 9시50분 MBC를 통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