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서율의 조각모음]공약(公約)과 공약(空約), 책임의 약속인가 공허한 약속인가

2025-04-25

비극적이게도 대한민국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으로 또 한 번 조기 대선의 소용돌이 속에 놓이게 되었다. 꼬일 대로 꼬여버린 정국 속에서 각 정당에서는 대통령선거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에 몰두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기 위한 경선후보들이 내세우는 공약은 과연 어떨까. 나라 안팎으로 혼란스러운 국면 속에서 연일 언론을 뒤덮는 정쟁들과 이미지 전쟁에 국민의 마음이 쏠리면서, 국민의 눈에 공약들은 잘 보이지 않는다.

공약(公約)은 정부, 정당, 입후보자 등이 어떤 일에 대해 국민에게 실행할 것을 약속함, 또는 그런 약속을 뜻한다. 반면에 공약(空約)은 헛되게 약속함, 또는 그런 약속을 의미한다. 발음은 같으나 그 의미는 정반대다.

지금 대통령선거 경선후보들이 국민을 향해 외치는 수많은 공약들은 과연 국민을 위한 책임의 공약(公約) 인가, 공허한 공약(空約) 인가. 대통령선거는 단순히 한 사람을 뽑는 과정이 아닌,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는 아주 중요한 일이며, 그 중심에는 공약(公約)이 있어야 한다.

정치가 ‘무엇을 위해, 어떤 것을 하겠다’로 귀결되어야 하는 것이라면, 공약은 국민 앞에 내놓는 책임의 선언이어야 한다. 그러나 각 후보들의 공약들을 살펴보면 ‘무엇’과 ‘어떤 것’을 설명하는 것이 형식적이거나 현실과 동떨어진 공허한 약속인 경우가 너무나 많다.

글로벌 패권 경쟁의 핵심 전략으로 떠오르는 AI 분야에 100조 투자, 200조 투자, 몇 십만 호 주택 공급, 구체성이 매우 부족한 껍데기만 자극적인 공약, 어딘가 모호한 공약들…. 듣기엔 그럴듯하지만 선거철마다 되풀이 되는 거금의 지원과 투자 약속에 박혀 있는 숫자 나열이 과연 진심일까, 아니면 표 계산에서 튀어나온 전략적 도구일까.

구체성 없는 숫자 나열은 진정성에 의문을 던지게 한다. 일각에서는 ‘공약은 마케팅이며, 그 공약으로 당선되면 그만’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은 국민을 철저히 기만하는 일이다.

거대 야당의 줄탄핵과 입법 폭거 그리고 이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한 정치의 붕괴는 국민에게 참담한 겨울을 안겼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정치권을 바라보는 국민의 눈은 냉철해졌으며, 더 이상 허망한 약속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게 되었다. 지금 국민이 원하는 것은 감동적이고 포장된 희망이 아니다. 냉정한 검토를 거친 구체적인 계획과 실현 가능한 로드맵, 책임감 있는 실행을 원한다.

일단 던지고 보자는 식으로 외치는 공약 남발은 국민에게 ‘정치는 원래 거짓말’이라는 냉소를 학습시키며, 민주주의를 갉아먹는다. 공약이 진정 공약(公約) 다워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정직과 책임, 실천의지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정치는 말이 아니라 신뢰로 평가받아야 하며, 그 신뢰의 출발점은 바로 한 마디의 약속에서부터 시작된다.

송서율/국민의힘 전 부대변인

2025.1.-현재 국민의힘 경제활력민생특별위원회 위원, 2023.3-현재 정책연구단체 Team.Fe 대표, 2024.7.-9. 국민의힘 부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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