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응급 질환 지주막하출혈, 발열·목 강직 증상 있으면 뇌혈관 경련 대비해야

2025-02-18

[닥터스 픽] 〈154〉 지주막하출혈 예방

아플 땐 누구나 막막합니다. 어느 병원, 어느 진료과를 찾아가야 하는지, 치료 기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어떤 치료법이 좋은지 등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아파서 병원에 갔을 뿐인데 이런저런 치료법을 소개하며 당장 치료가 필요하다는 말에 당황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주변 지인의 말을 들어도 결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럴 때 알아두면 쓸모있는 의학 상식과 각 분야 전문 의료진의 진심어린 조언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Q. 70대 아버님이 얼마 전 동맥류성 지주막하출혈로 진단받고 응급 시술을 받았습니다. 갑자기 식사하다가 심한 두통을 호소하면서 쓰려졌는데, 같이 있던 가족이 잘 대처한 덕분에 골든타임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고비를 잘 넘겼다고 생각했지만, 시술 후 동맥류성 지주막하 출혈은 뇌혈관이 언제 터질지 모르기 때문에 합병증이 있을 수 있어 퇴원 후에도 잘 살펴보라고 합니다. 지주막하출혈로 뇌손상이 생길 수도 있다는데 어떤 증상을 잘 살펴야 하는지,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좋을지 궁금합니다.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안재성 교수의 조언

요즘 같이 기온이 뚝 떨어지고 찬바람이 불 때는 뇌혈관 질환에 주의해야 합니다. 뇌졸중의 한 종류인 동맥류성 지주막하출혈은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뇌동맥류가 터져 발생하는 촌각을 다투는 초응급 질환입니다.

지주막하출혈은 뇌의 동맥혈관이 마치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뇌동맥류가 파열돼 뇌를 감싸고 있는 3개 층의 뇌막 중 지주막 아래로 혈액이 새어나오는 상태입니다. 뇌동맥류는 지주막하출혈이 발생하기 전까지 거의 증상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이로 인해 대부분 파열 후 뇌출혈이 발생한 후 병원 응급실로 내원합니다. 이렇게 부풀어오른 뇌동맥류가 파열되면 뇌출혈로 인한 급격한 뇌손상으로 생명을 잃거나 구사일생으로 살아남더라도 합병증이 남을 수 있습니다. 지주막하출혈로 치료받는 환자 4명중 1명은 사망하고, 생존자 2명 중 1명은 신경학적 결손을 갖는다고 알려졌습니다. 담당 의료진 역시 이런 점을 감안해 지주막하출혈 후 합병증 예방 부분을 살필 것을 조언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지주막하출혈 같은 뇌혈관 질환은 빠른 처치만큼이나 합병증 예방이 중요합니다. 큰 지진 이후에는 그보다 규모가 작은 여진이 이어지는 것처럼 동맥류성 지주막하출혈이 발생한 후에는 뇌혈관 경련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후향적 연구결과에서 뇌혈관 경련은 65세 이상 지주막하출혈 환자에서 응급 시술 등 치료 3개월 시점 사망률의 중요한 위험 요인입니다. 젊은 환자에서도 조기 발병 및 장기간 지속되는 양상을 보입니다. 지연성 뇌허혈, 뇌경색 같은 뇌혈관 경련과 관련된 증상이 나타나면 지주막하출혈로 치료받은 환자의 사망 위험이 2배가량 증가한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특히 발열, 목 강직, 혼란 상태, 언어장애, 심한 두통 같은 증상 있다면 뇌혈관 경련을 의심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뇌혈관 연축은 출혈 3~4일째부터 나타나기 시작해 7~10일 사이에 최고에 이르며 2주 정도 지나면 발생이 감소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동맥류성 지주막하출혈 발생 2주 내에 뇌혈관 경련을 예방하기 위한 약제를 사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지주막하출혈 이후 발생하는 뇌혈관 연축으로 인한 신경학적 예후를 개선하기 위한 치료는 현재 니모디핀을 포함한 칼슘통로차단제가 가장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임상 가이드라인에서도 1차 예방적 약제로 권고되고 있습니다. 약물치료만으로 조절되지 않는 중증 또는 지속적 연축에서는 선택적으로 혈관내 시술을 시행하기도 합니다. 풍선혈관성형술은 근위부 큰 혈관에 효과가 있을 수 있습니다. 혈관 내로 직접 혈관확장제(파파베린·니카르디핀 등)를 주입하는 치료는 다발성 연축 부위나 미세혈관부까지 확장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최근 한국에 뇌혈관 연축의 중요한 매개물질 중 하나인 엔도텔린-1(Endothelin-1)의 작용을 차단해 혈관 수축 반응을 줄이는 약인 클라조센탄이 도입됐습니다. CONSCIOUS-1·2·3 임상 연구에서 뇌혈관 연축 억제 효과는 보여줬으나 임상적 지표를 개선한다는 증거가 일관되게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최근 임상 연구에서는 비교적 좋은 결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추가 연구를 통해 확실한 임상 이득을 입증하면 동맥류성 지주막하출혈 환자의 뇌혈관 경련에서 1차 예방적 약제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마지막으로 동맥류성 지주막하출혈 후 뇌혈관 경련은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합니다. 응급 시술로 아무리 잘 대응해도 예방적 조치가 미흡하면 예후는 불량할 수 밖에 없습니다. 선제적 대응을 통한 동맥류성 지주막하출혈 환자의 치명적 합병증 예방은 긍정적 예후를 유도하면서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지주막하출혈은 언제, 어떤 상황에서 발생할지 알지 못하는 초응급 질환입니다. 빠른 처치만큼이나 합병증 예방까지 고려해 대처하길 바랍니다.

정리=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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