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플러-매킬로이... 랭킹 1~3위 한 조로 묶은 PGA 챔피언십

2025-05-14

15일 밤 개막하는 남자 골프 시즌 두 번째 메이저대회 PGA 챔피언십이 세계 랭킹 1~3위 스코티 셰플러, 로리 매킬로이, 잰더 쇼플리를 1, 2라운드 한 조에 편성했다. 이들은 한국시간 9시22분에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샬럿의 퀘일 할로 골프장에서 티오프한다.

최고 선수들이 한 조에서 경기하면 성적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강호들이 몰린 축구 월드컵 ‘죽음의 조’처럼 힘든 건 아니다. 누군가 잘 치면 다른 선수가 탈락하는 제로섬 게임은 아니기 때문이다.

야구 투수들은 강타자들을 만나면 평소보다 약간 더 빠른 공을 던진다고 한다. 아드레날린이 분비되고, 집중력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남자 골프 세계 랭킹 5위 이내 선수들은 일반적으로 최고 선수들과 한 조로 경기할 때 성적이 더 좋았다.

셰플러는 “이전에도 이렇게 친 적이 있었는데 경쟁적이었지만 재미있었다. 최고 선수들이랑 같이 치면서 경쟁하는 게 가장 좋은 기억이었다”라고 했다.

그러나 선수들이 공식 기자회견에서 속마음을 다 얘기하는 건 아니다. 최고 선수들의 동반 경기는 단점도 있다. 경쟁자와 경기하면 집중력이 좋아질 때도 있지만 긴장하기도 한다. 투수가 강타자를 만나면 볼이 빨라질지는 몰라도 힘이 들어가 스트라이크를 잘 넣지 못하기도 한다.

과거 US오픈 등에서 당시 세계 랭킹 1~3위인 타이거 우즈, 필 미켈슨, 애덤 스콧을 한 조에 묶었는데 앙숙인 우즈와 미켈슨이 신경전을 벌여 성적이 좋지 않았다.

셰플러는 매킬로이 같은 장타자가, 매킬로이는 웬만해선 흔들리지 않는 셰플러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 또한 스타 선수들이 함께 치면 갤러리가 몰려 소란하고 카메라 소리 등에 영향 받는 일이 종종 나온다.

선수들이 동반 경기하기를 부담스러워한 대표적인 선수는 타이거 우즈였다. 스튜어트 싱크는 “우즈와 우승 경쟁하는 건 마취 없이 수술을 받는 것처럼 고통스럽다”고 했다.

우승 경쟁하는 3, 4라운드는 물론 1, 2라운드도 쉽지 않았다. 우즈는 경기 중 상대가 만만하게 볼까 봐 평소에도 친구를 만들지 않는 스타일이었다. 경기에선 인사를 받지 않거나 대화를 하지 않는 방식으로 상대를 은근히 주눅들게 했다.

미국 골프채널의 해설위원 브랜들 샘블리는 팟캐스트에서 “우즈는 함께 경기하는 선수에게 위협(intimidating) 효과를 냈다. 2008년부터 2009년까지 조사를 해봤는데 우즈 동반자는 평소보다 3.5타 정도 못 쳤다”고 했다.

샘블리는 또 “극소수의 선수만이 자신의 존재만으로도 (상대를 무너뜨리는) 지점에 가는데 셰플러도 이런 위협효과가 보인다”고 했다. CJ컵에서 셰플러와 함께 경기한 김시우는 “함께 경기하니 너무 잘 쳐 현타가 들었다”고 했다.

잰더 쇼플리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의 짐을 벗은 매킬로이가 무섭다”고 했다. 매킬로이는 “나는 이전과 같은 사람일 뿐”이라고 답했다.

최고 선수를 한데 묶는 건 흥행을 위해서다. 초반부터 결승전 효과를 만들면서 박진감이 넘치게 하고 시청률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랭킹 1위 선수와 넘버 2를 오전과 오후 조로 떨어뜨려 놓는다. 그래야 관중을 분산시키고 TV도 이틀 내내 중계하는 데 무리가 없다. 주요 선수들이 칠 때 날씨가 안 좋으면 함께 망가질 수 있으니 달걀을 한 바구니에 넣는 우를 범하는 것일 수도 있다.

샬럿=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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