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청년과 태극기 청년 그리고 대화의 장

2025-02-25

친위쿠데타와 탄핵 정국 이후, 정치 여론조사 결과를 둘러싼 논란은 시간이 지나도 끊이지 않고 있다. 급기야 지난 11일 MBC <손석희의 질문들>에서는 ‘여론조사는 과연 믿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던져졌고, 패널마다 각자의 진단을 내놓았다. 그러나 그 논거와 주장은 대체로,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를 둘러싼 혼란이 없었던 시기에도 늘 존재했던 문제의 범주 안에서 원인을 찾는 데 그쳤다.

만약 오염된 실험실에서 어떤 대상을 측정했는데 그 결과에 문제가 있다면 실험실 자체가 문제일까, 아니면 측정 도구의 문제일까? 실험실의 오염물질이 제거되지 않는 한, 아무리 정밀한 측정 도구를 사용해도 정확한 측정값을 얻기는 어렵다. 마찬가지로 지금 한국 사회는 오염된 실험실이며 그 속에서 작동하는 여론조사는 정확한 여론을 반영할 수 없는 측정 도구가 되고 있다.

12·3 친위쿠데타, 12·14 대통령 탄핵안 가결, 그리고 올해 1월 구속영장 집행에 무력으로 저항한 대통령과 서부지법을 파괴한 극우세력. 이러한 사태 속에서 언론은 대통령과 극우세력의 주장을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한 쟁점’으로 포장하며 허위균형을 맞추고 있고, 정부는 친위쿠데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사태 해결을 지연시키고 있다.

그사이 한국 사회는 극심한 갈등에 휩싸였으며, 진보적 국민과 보수적 국민은 연말·연초를 분노와 공포, 불안 속에서 보냈다. 이처럼 심각하게 오염된 실험실이 된 한국 사회에서, 그 현실을 측정하는 여론조사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리 없다.

그렇다면 오염물질은 무엇일까? 그것은 단순한 탄핵 찬반이 아니다. 진짜 오염물질은 혐오다. 혐오는 사회적 온정, 염치, 용서, 배려, 공감, 연대와 같은 핵심 가치를 훼손한다. 나아가 폭력, 갈등, 분열, 차별과 같은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해 사회적 신뢰를 약화하고, 소통 단절과 배제의 구조를 강화한다.

‘공동체 안에서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대화하지 않으면, 결국 서로에게 해를 입힌다’는 선인의 말처럼, 혐오를 극복하지 않으면 정상적인 여론조사 결과는커녕 지속 가능한 공동체조차 기대할 수 없다.

지금은 여론도, 민심도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시기다. 여론이 사회적 공론장에서 형성된 표면적 흐름이라면, 민심은 보편적 윤리와 공의의 심층적 정서가 반영된 내적 흐름이다. 만약 여론 아래에 민심이 존재한다면, 민심 아래에는 무엇이 있을까? 그것은 진화적 본능이다.

진화적 본능은 자신과 집단을 보호하려는 생존 본능, 자원 부족이나 위협에 대한 과민 반응, 사회적 서열과 권력 구조를 직감하는 능력과 같은 형태로 작동한다. 어쩌면 진보와 보수의 국민들 모두, 서로 다른 각자의 위치에서 완전히 진압되지 않은 친위쿠데타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본능적 불안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불안이 정치적 불안과 혐오 감정을 확산시키면서, 상대를 적으로 규정하고 끝없는 갈등 속으로 몰아넣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혐오와 공포는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는 구조를 만들면 서서히 줄어들 것이다. 분노는 긍정적인 개혁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다면 사회적 혁신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다. 우울은 공동체적 가치 회복을 통해 함께 극복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단순한 정치적 해법의 모색을 넘어, 모두가 살기 위한 사회적 비전이 제시되어야 할 때이다. 갈등을 넘어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는 길을 설계해야 할 시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촛불을 들었던 청년과 태극기를 들었던 청년이 대화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나는 손석희씨에게 이 질문을 던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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