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캄보디아에서 한국 청년들이 고수익을 좇다 범죄 조직의 표적이 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청년층 사이에서 ‘빚을 내서라도 높은 수익을 얻겠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부채와 금융사기 위험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캄보디아 현지에서 ‘월 1000만 원’, ‘고수익 해외 취업’을 내세워 한국인 청년을 유인한 뒤 감금·폭행하는 범죄가 잇따라 드러났다. 지난 8월 숨진 채 발견된 20대 대학생 A씨 역시 “돈을 빨리 벌 수 있다”는 말을 믿고 출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단순한 해외 범죄가 아니라 청년층의 ‘빚투’ 심리와 맞닿아 있다고 분석한다. 코로나19 이후 2030세대 사이에 “대출을 해서라도 투자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고수익 환상이 사회 전반에 빠르게 퍼졌다는 것이다.
실제 금융권 통계에서도 위험 신호가 감지된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이 공개한 연령별 가계대출 자료에 따르면 20대 연체율은 평균 0.41%로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높다.
서민금융원 조사에서도 20~30대 저신용자의 불법 사금융 이용 경험 비율은 2022년 7.5%에서 2023년 9.8%로 증가했다.
증시 상승 흐름에 따라 위험 노출은 더 커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와 한국거래소는 증권사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1년 새 15조 8000억 원에서 23조 원으로 49% 늘었다고 밝혔다. ‘영끌’과 ‘빚투’를 넘어 ‘한 방’ 심리가 시장 전반으로 확산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20대 투자 경험자는 “월급만으로는 미래가 보이지 않아 대출까지 받았지만 손실만 남았다”며 “고수익을 말하는 사람을 믿는 순간 위험은 이미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며 제도 개선을 주문했다.
홍성준 약탈경제반대행동 대표는 “취업난과 불안정한 노동 환경이 청년층을 고수익 환상으로 몰아넣고 있다”며 “불로소득을 미화하는 사회 분위기를 바로잡고, 금융교육 강화와 사기범 형사처벌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박진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