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고용률은 사상 최고…청년은 16년 만에 최장 하락
저성장·경력직 선호…일자리 찾다 지친 청년들 '쉬었음' 이탈
청년 고용률이 약 16년 만에 최장기간 감소세를 이어가며 바닥없는 하향 곡선을 그리는 모양새다.
저성장 흐름이 고착화하면서 청년 일자리의 질과 양이 모두 악화하고 있지만, 정부 차원에서 마련한 해법도 효력을 발휘하지 못해 청년 장기백수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최근 일부 청년이 고수익 일자리를 찾아 해외로 떠났다가 캄보디아에서 감금되거나 심지어 목숨을 잃는 사건이 벌어진 것은 이런 구조적인 난맥상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도 나온다.

◇ 전체 고용률은 역대 최고 수준이지만…바닥없는 청년층 고용률 하락
19일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청년층(15∼29세) 고용률(인구 대비 취업자 수)은 45.1%로 1년 전보다 0.7%포인트(p) 하락했다.
전년 동월대비 17개월 연속 하락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51개월) 이후 약 16년 만에 최장 기록이다.
지난달 15세 이상 고용률(63.7%)이 1982년 7월 월간 통계 작성 이래 9월 기준으로 가장 높은 것과 대조적이다.
청년층 인구 대비 취업자의 절대치가 아닌 인구 대비 비율이 감소하고 있다는 점에서, 청년 인구가 감소하는 인구구조 변화만으로는 해석할 수 없는 현상이다.
현재 한국 고용시장은 청년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를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는 양상이다.
그나마 한국 경제를 이끄는 반도체 산업은 자본 집약적이라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지 않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플랫폼 산업이 급격히 성장했지만, 배달 라이더 등 고용 안정성이 떨어지는 단순 일자리 공급이 늘었다.
'경력직 선호' 현상도 청년층이 고용시장에서 밀려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올해 1분기 임금근로 일자리 중 신규채용은 총 546만7천개로, 2018년 통계 작성 시작 이래 가장 적은 수준이었다.
전체 일자리에서 신규채용이 차지하는 비중도 26.6%까지 떨어지며 역시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를 나타냈다.
특히 견조한 일자리로 평가받는 제조업 신규채용은 18.8%에 그치며 처음으로 20% 아래로 떨어졌다.
일자리를 구하다 지친 청년들은 결국 고용시장에서 이탈해 구직활동도 일도 하지 않는 '쉬었음' 계층으로 밀려나고 있다.
쉬었음 인구는 지난 2월 50만4천명을 기록했다. 2003년 통계 집계 이후 처음으로 50만명을 넘어섰다. 이후에도 40만명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작년 12월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쉬었음 인구 10명 중 3명은 청년층으로 집계됐다.
한은은 "눈높이에 맞는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미스매치 현상은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노동시장을 이탈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청년 창업 역시 신통치 않다.
국세청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사업체를 운영 중인 30세 미만 청년 사업자는 35만4천672명(월평균)으로 1년 전보다 2만6천247명 감소했다. 2017년 관련 통계 집계 시작 후 최대 감소 폭이다.

◇ 캄보디아까지 내몰린 청년들…불안정한 고용 안전망
최근 캄보디아 사태는 구조적인 청년층 고용불안이 막다른 길에 이르러 극단적으로 표출된 사례라는 시선도 있다.
지난 8월 한국인 대학생 박모(22)씨는 현지 보이스피싱 조직에 감금·피살됐다. 이 사건이 공론화되면서 전국 각지에서 수많은 관련 신고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 중 많은 수는 '해외 고수익 아르바이트'를 미끼로 출국했다가 돌아오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8일 캄보디아에서 송환된 64명처럼 범죄조직에 감금됐던 피해자이면서도 한국인을 대상으로 피싱 범죄 등을 저지른 가해자로 전락한 이들도 있다.
물론 청년 고용난이 캄보디아 사태를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일확천금의 꿈 앞에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넘나드는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것은 한국 사회의 일자리 기반 안전망이 이들을 보호하지 못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부동산 가격에 어렵게 일자리를 구하고 열심히 일해도 '벼락거지'가 된다는 좌절감이 청년층에 만연했다는 방증이란 것이다.
물론 정부도 가만히 있던 것은 아니다. 청년고용 장려금, 구직지원 등에 매년 수천억 원대 재정을 투입했다.
그렇지만 고용 수치상 눈에 띄는 개선 효과는 보이지 않았다.
정권이 교체되면서 기존 청년 일자리 정책은 축소·폐지된 뒤 새로운 사업이 도입되는 일이 반복되면서 정책 혼선과 사각지대도 나타났다.
지난 정권에서 기획재정부는 청년층의 사다리를 다시 세우는 사회 이동성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로 정국이 혼란해지며 청년층이 혜택을 받는 정책이 제대로 실행되지 못했다.
이재명 정부 들어 두 차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지만, 예산은 산불 등 재해 극복이나 통상 갈등, 경기 부양과 내수 회복에 집중 배치됐다.
광범위한 경기 부양책에는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정책도 일부 담겼지만, 구조적으로 출구가 보이지 않는 청년 고용 상황에 맞춘 맞춤형 대책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 8월 각 부처와 소통하며 청년정책 개선을 위해 일할 청년담당관으로 이주형(32)·최지원(31)씨를 임명했다.
이 대통령은 이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청년이 겪는 어려움은 장기간 누적된 경제·사회적 문제가 악화하면서 빚어진 구조적 위기의 문제"라며 "청년 문제 해결 없이는 대한민국 미래도 없다"고 말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청년의 근로 의욕을 고취하는 정책, 청년을 쉬게 하는 정책이 아니라 취업하려는 청년들이 취업할 수 있도록 유인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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