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십자각] 바이낸스의 韓 공략은 성공할까

2025-10-17

“업비트와 빗썸의 양강 구도가 흔들릴까요? 긴장은 하겠지만.”

한국 시장 재도전에 나선 바이낸스가 고팍스를 최종 인수했다는 소식에 가상화폐 업계 관계자들의 반응은 생각보다 심드렁했다. 하루 거래량만 294억 달러(약 41조 7500억 원)에 달하는 세계 1위 거래소의 공습치고는 반응이 의외였다.

나름의 이유는 있다. 바이낸스의 해외시장 진출이 번번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바이낸스는 2022년 일본의 소형 거래소 사쿠라를 인수해 ‘바이낸스재팬’을 출범했다. 당시 바이낸스와 오더북(호가창)을 공유하는 등 기대가 컸지만 결국 군소 거래소로 머물다 최근 간편결제 기업 페이페이에 지분 40%를 넘기며 사실상 사업 축소 수순을 밟았다. 일본뿐만이 아니다. 캐나다·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 일찌감치 진출했던 유럽과 아시아 각국에서도 줄줄이 문을 닫았다.

사업 철수의 이유는 같았다. 각국 금융 당국이 잇따라 가상화폐 규제에 나서면서 서비스가 제한되자 입지가 급격히 좁아졌다. 오더북 공유와 선물 거래 등 바이낸스만의 핵심 서비스가 막히자 결국 경쟁력을 잃고 시장에서 물러난 것이다. 한국에서의 첫 도전도 다르지 않았다. 2019년 바이낸스코리아를 설립해 이듬해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국내 은행 실명계좌 확보에 실패하면서 그해 말 조용히 문을 닫았다. 사실상 제대로 된 영업을 하지 못했다.

결국 바이낸스의 재도전은 규제 적응력이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곧 가상화폐 2단계 입법을 앞두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부터 상장 제도화 등으로 규제의 틀이 명확해지면 본격적인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낸스도 이번에는 각오가 남다르다. 압도적인 자본력을 투입해 한국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겠다는 전략이다. 지난달 리처드 펑 최고경영자(CEO)와 청펑자오 창업자가 잇따라 방한하며 물밑 작업도 마쳤다는 후문이다.

시장 확대 시기에 ‘메기’의 등장은 반가운 일이다. 수년간 이어진 독과점 구도 속에서 강력한 경쟁자의 출현은 이용자 편익과 산업 경쟁력을 키우는 데 적절한 자극제가 되기 때문이다. 이왕이면 바이낸스가 확실한 메기로 자리 잡아 국내 코인 시장의 전성기를 다시 끌어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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