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낸스, ‘양강’ 업비트·빗썸과 경쟁…韓 코인시장 지각변동 예고

2025-10-16

고팍스는 투자자가 가상화폐를 맡기면 이자를 주는 예치 서비스 ‘고파이’를 운영해왔다. 그러던 중 2022년 날벼락을 맞게 됐다. 글로벌 거래소인 FTX가 파산하면서 고파이 운용 업체였던 제네시스글로벌캐피털이 출금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고파이에 돈을 맡겼던 투자자들도 가상화폐를 찾지 못하게 됐다. FTX 파산의 불똥이 고팍스에까지 튄 셈이다.

고팍스는 이 사태로 투자자 보상을 위해 바이낸스에 지분을 매각하기로 했다. 바이낸스는 2023년 고팍스 지분 67.4%를 인수하면서 최대주주에 올랐다.

문제는 또 생겼다. 금융 당국의 임원 변경 심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바이낸스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법무부로부터 자금세탁방지(AML) 위반 및 고객 자금 부적절 사용 혐의로 43억 달러(약 6조 원) 상당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창업자인 자오창펑 최고경영자(CEO) 역시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금융 당국의 심사는 계속 늦어졌다. 하지만 바이낸스가 SEC와 수백 만 달러 규모의 합의를 맺고 SEC는 5월 바이낸스에 대한 소송을 철회하면서 법적 리스크가 줄게 되면서 금융위원회도 심사에 속도를 내게 됐다.

업계의 관심은 앞으로의 시장 상황 변화다. 국내 시장은 업비트의 점유율이 63%, 빗썸이 32%로 사실상 두 기업의 독과점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바이낸스가 인수한 고팍스의 점유율은 0.06%에 불과하다. 하지만 세계 1위 바이낸스가 직접 뛰어들면 판이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낸스는 거래량에 따라 최저 0.01%대의 파격적인 수수료를 제공하고 있다. 업비트와 빗썸의 수수료는 0.04~0.05% 수준이다. 여기에 거래 가능한 가상자산도 400개 이상으로 200여 개 수준인 국내 거래소와 비교해 월등히 많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바이낸스가 해당 정책을 국내에 도입할 경우 이용자들이 대거 고팍스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며 “당장 양강 구도를 깨지 못해도 3위까지는 단숨에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오더북 공유까지 이뤄지면 막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더욱 빠르게 시장 주도권을 쥘 수 있다. 오더북을 공유하면 고팍스의 호가창이 촘촘해지고 이용자들은 바이낸스에 상장된 다양한 가상화폐를 보다 쉽게 거래할 수 있게 된다. 고팍스로 신규 사용자를 유입시키는 핵심 요인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한국 시장의 규제가 명확해지고 선물 거래 등 신규 시장이 열리면 바이낸스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바이낸스는 레버리지와 선물 등 파생상품 거래를 통해 다양한 금융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테더(USDT)와 유에스디코인(USDC)을 예치하면 연 수익률이 각각 최대 10.16%, 5.51%에 달한다. 고팍스 이용자들이 이러한 상품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면 거래소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국내 스테이블코인 규제에 맞춰 관련 사업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리처드 텅 바이낸스 CEO는 지난달 한국을 찾아 “시장 변화에 맞춰 한국 기업과 스테이블코인 등 가상자산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엄상현 디스프레드 연구원은 “한국 진출과 함께 스테이블코인 사업도 준비할 가능성이 높다”며 “국내 규제 적응과 파트너 발굴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국내외에서는 스테이블코인 사업을 위한 가상화폐 업체와 간편결제 빅테크 간 합종연횡이 본격화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간편결제 페이페이가 바이낸스 재팬 지분 40%를 인수했고 중국 앤트그룹은 자체 블록체인 ‘조베이’를 출범하며 간편결제 알리페이와의 결합에 나섰다. 국내에서도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와 네이버파이낸셜(네이버페이)이 합병을 통해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및 유통 준비에 돌입했다.

바이낸스의 고팍스 인수가 마무리되면서 3년을 끌어온 ‘고파이’ 사태도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파이 피해 자금 상환을 중단한 바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바이낸스는 금융 당국 승인을 미지급 사태 해결의 선결 조건으로 내세워왔다”며 “이번 조치로 고파이 사태를 우선 처리하고 한국 시장 진출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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