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바 품절에 자판기 찾는 투자자들…불타는 금 시장 '변동성주의보'

2025-10-16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에서 일하는 김모(37)씨는 회사 인근 대형 마트를 찾았다. 금 제품을 살 수 있는 자판기가 설치돼있단 말을 듣고서다. 김씨는 최근 연이어 오르는 금값을 보고 작은 골드바를 사려고 했지만, 모두 품절이란 문구를 보고 발길을 돌렸다. 김씨는 “골드바 온라인 거래가 점점 어려워지는 것 같아 오프라인에서 현물을 바로 살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인터넷에서 금 자판기 글을 보고 왔다”고 말했다.

금값 상승에 골드바 등이 품귀 현상을 빚으며 금 자판기나 국제 금 상장지수펀드(ETF) 등에도 투자자가 몰리고 있다. 하지만 금은 가격 변동성이 커 단기간에 급락할 수 있는 데다, 국내 금 시세가 국제 시장에서보다 높은 ‘금(金)치 프리미엄’이 커지면서 투자 경고음도 나온다.

16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금 1㎏ 현물은 1g당 21만802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종가 대비 3.96% 떨어졌지만, 지난 13일 20만원선을 돌파한 뒤 잇따라 최고치를 기록하며 이달 내내 상승세가 유지되고 있다. 올해 초 12만8000원선에서 70% 가까이 오른 수치다.

금 투자 수요가 치솟으며 실물 제품 구하기도 어려워지고 있다. 금 유통 업체인 한국표준금거래소는 원자재 수급 문제와 주문량 증가로 지난 14일 오후 3시부터 제품 판매를 중지했다. 이날 홈페이지엔 골드바와 돌반지, 장신구 제품 모두 품절로 표시됐다. 앞서 지난 1일 한국조폐공사도 내년 1월 1일까지 37.5g, 100g, 375g, 500g, 1㎏ 등 골드바 전 제품 공급을 중단했다. 한국금거래소도 은행에 골드바 등 공급을 멈출지 검토하고 있다.

금 투자 ‘우회로’ 찾기에 투자자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최근 투자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엔 금 자판기 위치를 묻거나 이용 후기를 담은 글이 잇따라 공유되고 있다. GS25·GS더프레시 등 점포에서 금 자판기를 운영하는 GS리테일에 따르면, 올해 1~9월 순금·금 판매액은 24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전체 판매액인 18억원을 이미 넘어선 규모다. 편의점 금 자판기를 이용해본 윤지성(29)씨는 “오프라인 금거래소나 은행에 안 가도 원할 때 바로 소량으로 금을 살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골드뱅킹으로도 뭉칫돈이 꾸준히 몰린다. KB국민·신한·우리은행 골드뱅킹 잔액은 이달 들어 1조5000억원을 넘었다. 지난 3월 처음으로 1조원 돌파한 이후 계속 급등세다.

국내 금 투자 열기가 뜨거워지며 형성된 ‘김치 프리미엄’을 활용하는 투자자도 늘고 있다. 국내 금 ETF를 매도하고 실현한 수익으로 국내에 상장된 국제 금 ETF를 사는 식이다. 국내 금 공급은 늦어지는데 투자 수요는 급격히 오르면서 국제 금 가격과 국내 가격 사이에 생긴 괴리율만큼 이익을 얻겠단 전략이다. KRX와 금융정보 플랫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실제로 전날 기준 국제 금 시세 대비 국내 금값은 18.34%가량 높았다. 지난달 15일 1.51%였던 차이가 16배 가까이 커졌다.

미국 금리 인하 가능성과 미·중 갈등으로 불확실성 커지며 당분간 금값 상승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금값의 변동성 역시 커지고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실제 이날 KRX 1㎏ 금 현물 1g 가격은 개장 30분 만에 7% 이상 빠지며 21만210원까지 주저앉았다가 다시 반등하는 등 큰 폭으로 출렁였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오늘 금 거래량은 평소보다 많은 편이었지만 국내·외 금 괴리율이 높아지며 앞으로 가격이 내려갈 것을 우려해 차액을 실현하려는 매물이 많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거래소는 지난달과 이달 두 차례에 걸쳐 투자자에 유의하라는 안내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은 금 공급이 특히 제한된 가운데 글로벌 불확실성이 이어지며 금이 안전자산이라는 인식 때문에 가격이 오르는 것”이라며 “하지만 다른 원자재에 비해 가격이 많이 올랐고 국제 시세와의 격차 해소가 필요한 만큼 당분간 무리한 투자는 금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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