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다사다난 한·일 관계 '다사다협(多事多協)'으로 전환하자

2025-06-11

올해는 한·일 수교 60년이 되는 해다.

지난 60년 동안 한국은 평균 3.1%, 일본은 평균 6.4%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그 결과 일본은 G7 회원이 됐고 한국은 G7 플러스 회원국으로 인정받았다.

2000년대 이후 양국 모두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는 추세다. 이는 경제의 성숙화, 인구 고령화, 글로벌 경제 환경 등 다양한 요인에 기인한다.

한 국가의 미래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경제성장 동력을 발굴해야 한다. 반도체를 포함한 최근 각국의 전략 기술 분야에서 한국과 일본의 기술 강점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우선 한국은 첨단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CT), 반도체, 전기차용 배터리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췄다. 빠른 기술 개발과 생산 속도에서 강점을 보이며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일본은 정밀기술, 소재, 로봇, 에너지 기술 분야의 글로벌 리더다. '품질과 내구성'을 중시하는 강점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의 빠름'과 일본의 '고품질과 내구성'이 결합한다면 60년 관계를 맺은 양국에 도움이 되는 효과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했다.

또 '경제 안보'와 함께 에너지와 안보가 동일시되는 '에너지 안보' 시대 양국의 기술 결합은 어떤 효과가 발생할까 하는 상상도 해봤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 사이에는 합리성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다사다난(多事多難)한 역사가 존재한다. 이 다사다난한 관계를 합리성 범위 안에 두고 뭔가 시도하려는 노력이 여러 차례 있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양국의 다사다난한 과거사를 잠시 잊고 몰입할 수 있는 뭔가가 있어야 한다. '에너지 안보 시대' 그리고 '기후변화 시대'라는 현 상황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보고자 한다.

두 나라 이산화탄소 배출 역사를 살펴보자. 1965년부터 2023년도까지 이산화탄소 누적 배출량 순위는 1위 미국, 2위 중국 그리고 8위가 일본이다. 한국은 10위권에 없다. 일본이 이산화탄소 배출량으로 처음으로 등장한 해는 1880년도이며 20위권이었다. 한국은 1990년에 15위로 등장했다. 2023년 기준,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한국이 세계 10위, 일본이 세계 5위다. 두 나라 배출량은 세계 전체 배출량의 약 4.8%에 해당한다.

한국과 일본의 기후테크 수준을 살펴보자. 1위 미국, 3위 일본, 4위 한국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과 일본의 기술 격차는 10% 이내로 크지 않다.

기후변화 대응은 한국만, 일본만 노력한다고 풀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그렇다고 한국과 일본이 협력한다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 또한 아니다. 경제 규모 3위·6위 국가간 협력, 그리고 기후테크 기술 분야 3위·4위 국가 간 기술 협력은 지구 차원의 고효율 기후변화 대응 시스템으로 자리잡기 쉬울 것이다.

동시에 양국은 친환경 산업 구조로의 전환 준비 정도에서 최상위에 속해있다. 양국의 협력과 최첨단 에너지 기술을 기반으로 한 친환경 산업 구조로의 전환 사례로 빠르게 확대될 것이다.

인공지능(AI) 분야의 협력 관계 구축 방법도 있다. 2023년 기준 세계 AI 인덱스 스코어에서 한국은 6위, 일본은 10위권 밖이다. 높은 수준의 일본 기후 기술에, 한국의 AI 기술이 활용된다면 세계 최고의 기후 기술이 탄생할 것이다.

한국의 '빠른 속도'와 'AI 기술력' 그리고 일본의 '고품질과 내구성', 이렇게 세 가지 요소를 에너지·기후 기술 분야에서 결합한다면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전 지구 차원의 대의명분을 달성하고 대국으로서 공동 자부심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에너지·기후기술 분야의 새로운 시장을 창출·리딩할 수 있을 것이다. 정체된 경제성장률도 다시 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한국과 일본의 다사다협(多事多協) 관계의 출발점을 기대한다.

이상협 국가녹색기술연구소 소장 yisanghyup@nigt.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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