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에서도 아이스하키를 하나요?”
2022년 핀란드로 가는 비행기 안이었다. 국제아이스하키연맹 월드챔피언십과 자신의 명예의 전당 헌액식에 참석하려고 한 정몽원 HL그룹 회장이 승무원에게 뜻밖에 받는 질문이었다.
한국은 2018년 평창올림픽에 이어 세계선수권 톱 디비전에도 출전했다. 그런 공로로 자신도 명예의 전당에 오른다고 생각했다. 망치로 한 방 크게 얻어맞은 느낌. 정 회장은 “그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며 “무언가를 이뤘다고 생각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걸 깨달았다”고 회고했다.
그 깨달음은 결국 책 한 권을 낳았다. 제목은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한국도 아이스하키 합니다.”

1994년 정 회장은 HL안양(구 만도 위니아)을 창단하며 한국 아이스하키에 뛰어들었다. 열악한 환경, 적은 관심 속에서도 그는 팀을 운영했고, 아시아리그 8회 우승을 이끌었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으로는 2018년 평창올림픽에서 남녀 대표팀 본선 진출 등을 성사시켰다. 아이스하키가 3피리어드로 치러지듯 이 책도 ‘피리어드’ 단위로 구성됐다. 그런데 책에는 총 7개 피리어드가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속 아이스하키로 버틴 기억, 남북 단일팀의 기적, 월드챔피언십 도전기 등 그가 직접 겪은 순간들이 담겨 있다. 정 회장은 “팬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왔다”며, “이 책이 누군가에겐 아이스하키의 시작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리고 아이스하키인들에게는 이렇게 전했다.
“자신에 대한 반성, 긍정적인 생각, 도전 의식, 자신감을 갖고 모든 장벽을 뚫고 나가자. 전의와 의지, 열정이 중요하다.”
한국 아이스하키가 어려움을 뚫고 계속 전진하기를 원하는 바람이 느껴지는 문구다.
1,2,3피리어드는 정 회장이 썼다면, 앞으로 ‘가상의 피리어드’는 후배들이 써야 한다. 다음에 나오는 책 제목은 아마도 “한국, 아이스하키 잘합니다”가 돼야 하지 않을까. 그게 반평생 아이스하키에 몸을 던진 선배가 이 책을 읽는 후배에게 기대하는 소원일 것이다.

브레인스토어 출판. 264쪽. 2만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