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도 겨우 달리는 ‘아재 몸’…밑바닥 러너, 천하의 황영조였다

2025-08-20

키 168㎝, 몸무게 81㎏. 5㎞를 간신히 달릴 수 있는 딱 ‘아저씨 몸’.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55) 국민체육진흥공단 육상 감독의 지금 몸이다. 아무리 그래도 천하의 황영조가 5㎞를 간신히 뛸 수 있다니.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마라톤 금메달을 따고 4년 후인 1996년 은퇴한 황 감독은 선수생활을 그만둔 후 체중이 1년에 1㎏씩 늘었다고 했다. 선수 시절 몸무게는 57~58㎏.

“가난한 집의 큰아들로 태어나 운동으로 성공하는 게 꿈이었어요. 제가 스물세 살(만 22세)에 올림픽 금메달을 땄잖아요. 꿈을 이룬 거예요. 그러고는 별생각이 없었던 것 같아요. 빨리 운동을 그만두고 싶다는 것 말고는. 저는 진짜 이 악물고 뛰었거든요. 사람들이 ‘즐기는 놈이 잘한다’고 하는데, 저는 한 번도 운동을 즐겨본 적이 없어요. 빨리 그 지옥에서 벗어나고 싶었어요. 그래서 애틀랜타 올림픽(1996년)을 앞두고 그만뒀죠. 생각해보면 살이 찐 이유도 그런 것 같아요. 삶의 목표가 없었다는.”

5㎞ 달리기도 올해가 돼서야 가능했다. 지난 1월에 3㎞, 2월에 4㎞, 그리고 3월에 5㎞를 35분에 달렸다. ‘5㎞ 35분’은 건강달리기대회 참가자 중에서도 후미에 해당한다. 비록 거북이걸음이지만, 달리기를 시작한 이유는 “다시 풀코스를 뛰고 싶다”는 욕망이 일어서다. 그리고 죽기 전에 “서브 3(풀코스 3시간 이내 완주)을 다시 하고 싶다”는 목표도 세웠다.

“작년에 누가 ‘꿈이 있느냐’고 묻는 거예요. 그 질문을 받는 순간 ‘아, 내가 꿈이 없이 살았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다시 달려야겠다, 다시 달릴 수 있는 몸을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죠.”

황 감독은 지난달부터 공단 소속 선수들을 이끌고 강원도 평창 대관령 인근에서 여름 전지훈련 중이다. 인터뷰 날짜를 잡기 전에 그에게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길’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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