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부진·과잉생산이 빚은 '불황 터널'…中 상장사 24%가 적자

2025-11-28

중국 상장사 4곳 중 한 곳이 적자 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과 태양광 기업들은 절반이 손실을 면하지 못했다. 소비 부진과 공급과잉 상황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으면서 중국 실물경제에 경고등이 켜진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 본토 증시에 상장한 약 5300개 기업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올해 1~3분기 누적 적자를 기록한 기업이 전체의 24%에 달했다고 28일 보도했다.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2년 이후 사상 가장 높은 수치다. 중국 상장사 중 적자 기업 비중은 2017년 7%로 최저치를 찍은 후 거의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전체 상장사의 총 순이익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2022년의 최고치와 비교해서는 10% 감소한 수준이다. 상업·소매 기업과 식품 기업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순이익이 35%, 5% 줄었다.

업종별로는 부동산 산업의 위기감이 두드러졌다. 상장 부동산 기업 100곳 중 48곳이 적자를 기록했고 이들의 실적을 합하면 손실이 647억 위안에 달했다. 최근 채무불이행 우려가 제기된 부동산 개발 기업 ‘완커’는 무려 280억 위안의 손실을 내 중국 상장사 중 적자액이 가장 컸다. 이 외에도 태양광 기업 절반이, 자동차는 21개 제조사 중 6개사가 적자를 냈다. 두 업종 모두 공급과잉에 따른 ‘네이쥐안(內卷·출혈경쟁)’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대표적인 분야로 꼽힌다. 그나마 반도체 등 중국 정부가 전략산업으로 지정한 일부 업종만 호실적을 냈다. 올 1~9월 반도체 분야 순이익은 전년 대비 50% 증가해 지난해 수준(23%)을 뛰어넘었다.

특히 중국 부동산 경기는 2021년 당국이 고강도 대출 규제를 도입한 후 5년째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 10월에도 신규 주택 가격은 전월 대비 0.5% 하락해 1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문제는 중국 가계 자산의 70% 이상이 부동산에 묶여 있어 부동산 침체기 소비 침체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소비 위축에 기업들은 저가 출혈경쟁을 벌이게 되고 디플레이션 우려에 당국이 제재에 나서면 기업들이 투자를 줄이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발 관세 충격도 기업 실적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10월 중국의 수출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1.1% 줄어들어 2월 이후 가장 저조한 성적을 냈다. 남미·유럽 등 신흥 시장으로의 수출 증가세가 주춤한 가운데 대미 수출이 25%나 급감한 영향이 컸다. 미중 양국은 지난달 정상회담을 통해 고율 관세 부과 시점을 1년간 유예하기로 합의한 만큼 4분기부터는 실적이 개선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내수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기업 실적도 덩달아 악화하고 있다. 10월 중국의 소매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2.9% 늘어나는 데 그쳐 5개월 연속 둔화세를 이어갔다. 이는 2021년 이후 가장 긴 기간 감소세다. 소매판매는 백화점 등 중국 내 소매점 판매 수치를 의미하며 중국 내수의 가늠자로 평가된다. 실물경제의 나머지 2개 핵심 축인 산업생산(4.9%)과 고정자산 투자(-1.7%)도 예상치를 크게 하회했다. 3년 넘게 마이너스 상태인 생산자물가지수(PPI) 등도 내수 경기 침체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지표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내수 회복을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소비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다만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모두 부채 부담이 크게 늘어난 상황이어서 대규모 재정지출에 나서기는 어려운 처지다. 올해 상반기 중국 경제가 5.2%의 ‘깜짝’ 성장률을 기록하며 연간 성장 목표치인 5% 달성 가능성이 점쳐지는 것도 추가 부양에 신중한 배경으로 꼽힌다. 쉬톈천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EIU)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연간 5% 성장을 달성하려면 4분기에 4.5~4.6% 성장만 확보하면 된다”며 “추가적인 대규모 부양책을 서두를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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