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쌈에는 '이 와인' 먹어라…'백반화이트' 끝판왕 조합 셋

2026-01-01

위키드 와이프의 일상와인 - 백반화이트

‘백반화이트’는 실제 존재하는 와인이 아니다. 평범한 한식 밥상에 잘 어울리는 와인이란 뜻이다. 와인 교과서에는 절대 등장하지 않는 단어지만, 백반화이트를 곁들여 함께 밥을 먹은 친구들은 단 한 명도 이 이름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와인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에겐 백반화이트라는 단어가 특이하게 들릴 수 있다. 와인을 언급할 때는 이렇게 두리뭉실한 표현을 잘 쓰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불고기와인’ ‘김치찜와인’은 자연스러울 수 있다. 와인은 지역과 품종을 기반으로 고유의 맛과 향을 갖는데, 그 정체성이 워낙 또렷해 특정 음식과 특정하게 어울리는 와인을 말하는 일이 오히려 당연해서다. 그걸 프랑스에선 ‘마리아주(Marriage)’, 영어로는 ‘페어링(Pairing)’이라고 부른다.

예를 보자. 프랑스 남부 론 지역에서 쉬라 품종과 그르나주 품종을 합쳐 만든 레드 와인은 후추 향을 분수처럼 뿜어내는 강렬한 와인이다. 이 와인은 진한 간장이 밴 한식 불고기에 잘 어울린다. 독일 모젤 지역에서 리슬링 포도로 만든 화이트 와인은 샤인머스캣의 상큼한 과일향이 특징이어서 김치찜의 매운 맛에 놀란 혀를 달래주는 데 효과적이다.

하지만 백반화이트는 너무 포괄적이다. 백반을 구성하는 다양한 반찬, 그러니까 무나물·계란말이·멸치볶음·두부조림·고등어구이·불고기 같은 음식에 흰 쌀밥까지 다 어울리는 와인이 있다는 얘기여서다.

물론 그런 와인은 세상에 없다. 대신 반찬을 특성에 따라 나누면 몇 가지의 백반화이트를 구성할 수 있다. 나는 고르고 골라 세 개의 와인으로 백반화이트를 조합했다. 세 와인 모두 나라·지역·품종이 다르기 때문에 고유의 맛과 향이 다르며, 백반에 곁들이는 쓰임새도 당연히 다르다.

맨 먼저 남프랑스 랑그독루시옹 지역에서 샤르도네와 소비뇽 블랑을 섞어서 만든 화이트 와인을 소개한다. 더운 지역에서 익어 파인애플과 멜론의 달콤한 향을 풍기는 청포도 샤르도네에 상큼한 산도가 도드라지는 청포도 소비뇽 블랑을 더한 이 화이트 와인은 나물이나 두부조림 같은 반찬의 감칠맛을 놀랍도록 올려준다. 쌀밥을 오래 씹을 때 나는 단맛과의 페어링도 좋다.

다음으로 소개하는 와인은 이탈리아 중부 아브루초나 움브리아주에서 피노 그리지오로 만든 화이트 와인이다. 피노 그리지오는 단순하고 가벼운 화이트 와인인데, 이런 특징 때문에 유럽에서는 ‘샐러드 화이트’ 또는 ‘해산물 화이트’로 통한다. 피노 그리지오 포도가 중부에서 재배되면 ‘유질감(Oily)’이 추가되고 입안에서 좀 더 무겁게 느껴진다. 이 고유의 성질이 한식 반찬에 자주 쓰이는 식용유·참기름·고춧가루 같은 양념을 뒤에서 받쳐준다.

마지막으로 뉴질랜드 말보로나 센트럴 오타고에서 소비뇽 블랑으로 만든 화이트 와인을 추천한다. 이 지역의 소비뇽 블랑은 달콤한 살구와 복숭아 향, 풋풋한 피망과 풋고추 향이 특징이다. 이 독특한 피망과 풋고추 향이 겉절이나 파절임 같은 반찬의 맛을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이 와인을 곁들이면 보쌈김치와 젓갈의 맛도 입안에서 증폭된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하고 비싼 화이트 와인이라는 프랑스 부르고뉴의 몽라쉐와 뫼르소가 나란히 놓여 있어도 한식 밥상에서만큼은 뉴질랜드의 소비뇽 블랑이 한 수 위라고 나는 믿는다.

'위키드 와이프'라는 별명으로 활동 중인 페어링 전문가 이영지씨가 ‘더중앙플러스’에서 쉽고 발랄한 문장으로 와인 세계를 안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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