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상 복원 투명 소재로 안 아프게 교정, 치료 패러다임 바꿔" [Health&]

2025-11-16

인터뷰 심운섭 그래피 대표

기존 10분의 1 힘으로 치아 이동

부착물 없고 치료 기간도 절반 단축

“K-덴탈테크 자부심 갖고 신뢰를”

치과 교정은 견디는 치료였다. 치아를 이동시키려 철사, 브라켓, 고무줄을 달고 긴 시간 통증을 감수한다. 이런 불편함에서 덴탈테크 기업 ‘그래피’는 기회를 봤다. 교정은 아프다는 통념을 깬 ‘형상기억 교정장치’(SMA·Shape Memory Aligner)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기존 교정장치 힘의 10분의 1만으로 치아를 움직인다. 체온(33~37도)에 반응해 형상을 기억하는 투명한 소재가 균일한 힘을 낸다. 엔지니어 출신인 심운섭 그래피 대표는 “세게 밀어야 치아가 잘 움직인다는 인식이 있지만 교정학에서는 부드러운 힘을 이상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SMA는 장치 외엔 별도의 부착물이 필요 없고 치료 기간도 6~10개월로 기존의 절반 이하로 단축했다. ‘안 아픈데 교정이 된다’는 환자의 반응이 많다.

신기술은 저항과 비방을 받기 마련이다. 그래피는 임상 데이터로 승부했다. 미국 임상치과교정학회지(JCO) 표지에 잇따라 실렸고, 100편이 넘는 논문으로 기술을 검증받았다. 심 대표는 “증거 기반 없는 확장은 금방 고꾸라진다. 지난 8년간의 담금질 끝에 이제는 세계에서 인정하는 단계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5년마다 열리는 세계교정학회(IOC 2025)에서는 SMA를 주제로 한 학술 강연 30여 개가 열렸다. 500석이던 강연장이 1500석으로 확대될 정도로 반응이 컸다. 그래피는 국내에서 기술 특례 상장으로 검증받았다. 세계에서 통하는 독자 기술력과 성장 잠재력을 공인받았다는 뜻이다. 다음은 심 대표와의 일문일답.

기존 투명교정과 뭐가 다른가.

“일반 투명교정은 한 방향으로 치아를 밀어내는 힘만 낸다. 반면에 SMA는 치아 곡선을 따라 잇몸 경계(치경부)까지 밀착한다. 치아를 감싸 쥐어 3차원적으로 밀고 당기고 회전시킨다. 이런 이유로 치아 이동 시 손잡이 역할을 하는 부착 장치(어태치먼트)가 필요 없다. 덕분에 치아 표면이 손상되지 않으며 심미적으로 깔끔하다. 열탕 소독이 가능하고 미온수에서는 말랑해져 착용이 편하다.”

약한 힘으로도 치아가 움직이는 원리는.

“어릴 때 ‘혀로 이를 밀지 말아라. 뻐드렁니 된다’는 말을 들어봤을 거다. 이게 교정의 원리다. 교정학에서는 혀로 미는 정도의 부드러운 힘(150~200g)이 지속해서 가해질 때 효과적인 교정력을 낸다고 본다. SMA 소재의 복원력은 이 범위에 맞춰 설계됐다. 치아를 너무 세게 밀면 치아 뿌리(치근)가 손상되거나 잇몸 뼈가 흡수된다. SMA는 힘이 너무 세지면 스스로 복원력을 멈춘다. 치아는 움직일 수 있는 공간(치조골) 안에서 서서히 이동해야 안전하다. 3D 프린팅으로 교정장치의 구역별 두께와 디자인을 달리해 어금니·앞니 등 각 치아에 각기 다른 힘이 작용하도록 설계했다.”

연령 제한이 있나.

“없다. 교정은 이제 젊은 층의 전유물이 아니다. 치주가 약한 중장년층은 교정을 통해 풍치나 치아 흔들림을 예방함으로써 임플란트로 가는 시간을 늦춘다. 치아 배열이 고르면 저작·발음, 구강 위생까지 좋아진다. 청소년기에는 성장 방향을 유도하는 교정, 성인기에는 빠르고 정밀한 심미 교정, 재치료 환자는 이전 교정의 불균형을 바로잡는 미세 교정이 필요하다. 고령층에는 치주 부담이 적은 부드러운 교정이 관건이다. 생리적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SMA는 생애 전주기를 아우르는 치료법이다.”

난도 높은 교정에도 적용되나.

“발치 교정, 치아 사이 공간 확장, 무턱·주걱턱 등 기존에는 투명교정이 어려웠던 케이스로도 확대되고 있다. 예전에는 보조장치 없이는 불가능했던 하이케나인(high canine, 위 송곳니가 높은 위치에 남은 경우)도 SMA로 부착물 없이 치료한다. SMA는 전 세계 100개국 이상에서 수만 명의 치과 의사가 사용하며 지난해 기준, 누적 임상 20만 건을 넘어섰다. 한국에는 1500여 명의 의사가 등록돼 있다. 교정 의사의 철사 교정(브라켓) 기술을 플라스틱 장치에 디지털로 구현한 시스템이다. 첫째 딸도 SMA로 과개교합(윗니가 아랫니를 덮는 치아 맞물림)을 치료받고 있다. 3년 전만 해도 기술적으로 어려웠는데 지금은 발전한 교정 술식으로 해결이 됐다.”

소재 안전성은 어떻게 검증했나.

“생체적합성, 세포독성, 유전변이 등 국제 기준의 모든 안전성 시험을 통과했다. 미세플라스틱 문제에서도 자유로운 소재다. 체내에서 녹지 않고 그대로 배출된다. 임산부, 신생아가 사용해도 안전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 의료기기(CE), 일본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PMDA)의 인증을 받았다. 3D프린터로 출력하고 남는 소재는 연료로 재활용하므로 폐기물이 없다. 데이터만 전송하면 해외 현지(브라질·미국)에서도 바로 교정장치를 출력하므로 탄소발자국은 ‘0’에 가깝다.”

심 대표는 여전히 한국 기술에 편견이 있음을 아쉬워했다. 외국이면 옳고, 우리는 아직 부족하다는 식의 사대주의적 사고가 사회 전반에 남아 있다는 것이다. 미국 시장은 여전히 도전이지만 유럽·남미·아시아에서 한국 기술의 위상은 높아졌다. 그는 “한국에도 뛰어난 인재와 기술이 있고, 특유의 창의력과 융합력은 이미 세계가 인정하고 있다”며 “한국인 스스로 자부심을 갖고 선도 기술에 응원과 신뢰를 보낼 때 또 다른 혁신이 탄생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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