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조선·자동차·반도체 집중 투자
R&D 예산 20% 늘려 35조3000억원
과학기술 투자 늘려 성장률 높인다는 구상
연 750만원 박사우수 장학금 신설

정부가 내년 예산안에서 과학기술 투자에 상당 부분 힘을 기울였다. 인공지능(AI) 관련 예산으로 올해보다 3배 이상 늘어난 10조원을 편성하고 자동차·조선 등 주요 산업에 AI를 접목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래픽처리장치(GPU) 1만5000장도 추가 확보할 계획이다. 우수 인재 유치를 위한 장학금 등 연구개발(R&D) 관련 예산도 역대 최대 수준으로 편성됐다. 과학기술 투자를 늘려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재정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기획재정부가 29일 발표한 ‘2026년 예산안’을 보면, 정부는 내년도 인공지능(AI) 관련 사업에 10조1000억원이 배정했다. 올해 예산(3조3000억원)보다 3배 넘게 늘었다.
우선 로봇·조선·자동차·반도체 등 전 산업 분야에 AI 도입하는 데 2조6000억원을 배정했다. 휴머노이드 로봇용 AI 모델 개발, 완전자율주행자동차 상용화 등 ‘피지컬 AI’ 분야에 예산을 집중 지원한다. 피지컬 AI는 물리적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AI다. 완전자율운항선박(조선)·지능형 홈서비스(가전), 제조공정 자동화(팩토리) 등에도 예산을 투입한다. 정부는 중점사업은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해 집행 속도를 높일 방침이다.
지역 특화산업과 연계한 ‘피지컬 AI’ 지역거점도 만든다. 광주는 에너지·모빌리티(240억원), 경남은 기계·부품가공(400억원), 부산은 해양·항만(370억원) 등이다. 대구는 로봇·바이오, 전북은 AI 팩토리 거점으로 만든다. 대전은 과학단지 등과의 시너지를 통해 한 분야에 특화된 ‘버티컬 AI’ 중심지로 삼는다.
실생활에 쓰이는 제품에 신속하게 AI를 적용할 수 있도록 돕는 ‘AX-스프린트 300’ 사업도 신설한다. 자동음향조절 마이크, 신생아 울음소리 분석 등 생활밀접형 제품 300개를 지원하는 데 총 9000억원을 쓴다. 정부 부처가 제품별로 10~40억원을 출연·보조하고, 2000억원은 융자 지원하는 식이다.
AI 인재 양성·인프라구축 등 기반조성에도 7조5000억원을 투입한다. AI·AX 대학원을 기존 19개에서 24개로 늘리고, 생성형 AI 선도 연구과제도 5개에서 13개로 두 배 이상 확대한다.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도 1만5000장을 추가구매한다.
R&D 예산으로는 전년대비 19.3% 늘린 35조3000억원을 배정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윤석열 정부에서 삭감했던 2023년 당시 26조5000억원 보다 8조8000억원 늘어난 수준이다. 정부는 바이오·콘텐츠·방산·에너지·제조 등 주요 산업 분야별 핵심기술 개발에 대한 예산을 집중 지원할 계획이다.
연 750만원 규모의 박사우수 장학금을 신설하는 등 첨단인력 3만3000명을 확보하는 데도 1조4000억원을 투입한다. 지방·신진 연구자의 연구 지속성을 보장하기 위해 풀뿌리 소액 연구도 2000개 신설한다. 기초연구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한 조치다.
AI·반도체·바이오 등 미래전략산업 투자를 위한 국민성장펀드 조성에도 1조원을 투입한다. 향후 5년간 펀드 규모를 100조원 이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모태펀드에도 역대 최대 규모인 2조원을 투입한다. 올해보다 2배 늘어난 수준이다. 첨단산업 분야에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기업) 육성에 6000억원을 쓰고, 재창업기업를 지원하는 등 유망 중소·벤처 기업 운영을 적극 뒷받침한다.
유병서 기재부 예산실장은 “‘피지컬 AI’는 한국이 선도해야 한다는 절박함에서 이례적으로 AI 관련 예산을 3배 이상 늘렸다”면서 “AI위원회 등 비공식회의체를 통해 집행 과정을 빡빡하게 관리해나가겠다”고 했다.